지난 주말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도봉산 자락 한 서예 작업실. 서예가 진곡 염영석(52·파주 주안교회)이 한 낮의 매미 소리를 뒤로 하고 붓끝을 놀리고 있다. 더위가 무색했다.
‘예수께서 나가사 습관에 따라 감람 산에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 갔더니…그들이 가는 마을에 가까이 가매 예수는 더 가려 하는 것 같이 하시니’(눅 22:39~24:28)
그는 이날 예수가 감람산에서 기도하는 것을 시작으로 끝내 유다의 배신으로 어둠의 권세에 잡히시고 십자가에 못 박힌 후 부활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글을 붓글씨로 완성했다. 한글 판본체였다.
“노예와 같이 핍박 받고 가난한 이들에게 손 내미시는 예수였습니다. 그런데 그 은혜를 모르는 저는 가롯 유다와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뒤늦게 당신을 알 수 있는 영광 주시니 어찌 경배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 달란트가 이것뿐이라 더 드릴 것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그의 작업은 예사롭지 않다. 평면이 살아나 입체감을 주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말씀 한 자 한 자를 대한민국 지도, 세계 전도에 담아내는 ‘말씀 지도’이다.
“우리 민족 모두가, 나아가 70억여명 세계인 모두가 복음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 지도’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열방은 예수 안에서 하나고 그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단이 이끄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지금이라도 말씀 지도를 통해 회개하고 살아야죠.”
충남 예산 출신인 그는 한학을 하던 할아버지에게서 붓글씨를 배웠다. 그러나 가난이 싫어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기댈 언덕 없는 신세가 되어 도시를 떠돌기 시작했다.
“묵향이 늘 의식됐지만 몸이 욕망을 쫓는 겁니다. 주먹을 쓰고 돈을 탐하는 생활이 계속됐어요. 부동산과 주식 등이 저를 구원해 줄 거라 믿었고요. 청소년기 교회를 다니기도 했는데 그러했기 때문에 더욱 하나님이 저를 치시죠. 유다와 같은 자니까요.”
그는 한때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빌딩을 소유할 정도로 부자였다. 하지만 마음은 강퍅했다. 자신의 의를 위해 거침없었다. 그 강퍅한 삶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8년 전쯤 모든 세상적 영광은 물 위에 녹아든 떡처럼 끝이 났다.
그 후 그는 시간을 낚는 심정으로 서예대가인 성곡 임현기(75·동양서예협회장) 선생 등을 사사했다. 성곡은 “한국인은 한글을 쓸 줄 알아야 하고 그 한글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곡을 다그쳤다. 진곡의 한글 판본체는 성곡의 호된 가르침으로 향을 발했다.
어느 날 그는 로마서 16장을 적게 됐다. ‘…글로 말미암아 모든 민족이 믿어 순종하게 하시려고 알게 하신바….’(롬 16:26) 그는 엎어졌다. 그리고 속의 것을 버렸다. ‘모든 민족을 향해’ 붓을 놀리는 사람이 됐다. 하루 17시간을 지필묵으로 살았다. 사찰에 다니던 아내가 그의 변화에 놀라 자신에게도 말씀 구절을 써달라고 했다. 그리고 부부는 교회를 찾았다.
“예서로 ‘말씀 지도’를 만들어 나가며 서원했어요. 표구된 액자가 교회에, 복음 방송사에, 선교지에 걸리게 해달라고요. 기적처럼 그렇게 됐어요. 저는 은사가 놀라워 식음 전폐하다시피 하고 쓰고 또 썼습니다.”
그렇게 이룩한 작품이 160점이다. 대한민국 지도의 경우 1400cm×700cm를 완성하려면 3일 걸린다. 세계 전도는 2300cm×1700cm를 기준으로 45일이 소요된다. 그는 “말씀을 담자 다른 글씨가 잘 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말씀 지도를 시작한 후 전업 작가가 됐다. “생계는 하나님이 책임지신다”라고 했다. 기업인 김찬형(47) 등 그의 지인 등이 작품을 구입해 선교용으로 쓰는 것이 그로서는 감사할 일이다.
“한국인 선교사들이 들어간 나라에 그 나라 말씀 지도를 써서 드리는 것이 제 기도제목입니다. 선교사님들이 말씀 지도를 보면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데 힘을 얻도록 말이죠.”
글=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말씀이 지도 속에 담겼다…붓글씨로 한 자 한자 지도 그리는 서예가 염영석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