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세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쿠데타는 하루 만에 ‘진압’됐다. 신 전 부회장은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93)을 앞세워 지위 회복을 노렸지만, 동생인 신동빈 회장으로 기울어버린 후계 구도를 되돌리지 못했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27일 장남인 신 전 부회장 등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이뤄졌다.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을 비롯해 한국 롯데그룹은 이런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이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상태인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을 주도했다고 한다. 신 총괄회장의 큰 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신 총괄회장을 일본으로 데려간 5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주도권을 두고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오던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 3곳의 이사직에서 해임됐고, 1월에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까지 모두 내놓았다.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태였다. 지난 16일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포스트 신격호’의 경영권 승계가 확정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이 같은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앞세워 일본을 향했고,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인 신 회장을 포함한 나머지 이사를 모두 끌어내리려 했다. 장남과 함께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부회장을 포함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구두로 해임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갑작스런 기습 공격을 받은 신 회장 측은 다음날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신 회장 등은 28일 오전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총괄회장의 해임 결정에 대해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정식이사회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기존 임원들에 대한 지위를 재확인했다.
이사회는 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해 사실상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했다.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일각에서는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이 흐릿해 지면서 신 전 부회장에게 이용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 해임을 직접 결정해 경영에서 배제시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27일에도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을 해임한 이후 “잘 부탁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쿠데타 진압에 성공하고, 신 총괄회장까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는 앞으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원(One) 롯데’ 체제는 더욱 굳건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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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주의 난’ 실패…창업주 신격호 강제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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