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아내 복음서'는 현대에 위조, 텍스트가 현대판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됐던 2세기 후반 때의 파피루스 조각이 학자들의 오랜 공동연구 끝에 현대에 위조된 게 확실하다는 결론을 담은 6편의 논문이 새롭게 제시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나돌았던 예수와 아내, 자손에 대한 온갖 풍문이나 추정에 대한 논란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이 파피루스는 예수의 권위와 기독교의 존립 근거를 폄하하는데 악용돼왔기에 이번 논문들이 예수와 기독교의 위상 정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성서학 권위지 ‘신약학(New Testament Studies·NTS)’은 이달 초 발간된 제61권 제2호에서 ‘예수 아내의 복음서’라고 주장된 파피루스 조각이 위조됐음을 증명한 논문 6편과 사설을 게재했다. 이 가운데 핵심 논문은 ‘예수 아내의 복음서: 텍스트로 규명된 현대판 위조’(The Gospel of Jesus’ Wife: Textual Evidence of Modern Forgery)이다.
문제의 파피루스 조각은 2012년 9월 미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캐런 킹 교수가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던 증거라며 학계에 제시한 것이다. 이 주장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후손을 남겼다는 내용의 댄 브라운의 2003년작 소설 ‘다 빈치 코드’와 맞물려 큰 화제가 됐다.
크기가 3.8㎝×7.6㎝인 이 파피루스는 콥트어로 앞면에 8줄, 뒷면에 6줄이 적혀 있는데, 이 중 마리아라는 이름이 언급되며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의 아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킹 교수는 “원래 2세기에 쓰인 그리스어 원본 문서를 4세기 때 콥트어로 번역한 파피루스 조각으로 보인다”면서 ‘예수 아내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 후 탄소연대측정에서 이 파피루스에 쓰인 잉크가 기원전 404~209년에 쓰이던 것이라는 분석이 추가로 나오면서 ‘예수 아내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이듬해 추가로 이뤄진 연대 측정에서는 기원 후 7∼8세기 잉크일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결론이 내려져 ‘예수 아내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NTS에 실린 논문에서는 파피루스 자체는 기원후 8세기 중반으로 오래됐지만 여기에 사용된 잉크는 ‘옛날 잉크’ 성분만 함유했지 실제로 고대 잉크는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무엇보다 쓰여진 텍스트가 기존에 알려진 콥트어 텍스트를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당시 파피루스 문서 제보자는 킹 교수에게 ‘예수 아내의 복음서’에 사용된 똑같은 잉크와 필체로 쓰여진 또 다른 파피루스 문서인 요한복음 필사본 조각을 건네줬는데 이번에 이 요한복음 조각을 분석했더니 텍스트가 위조된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한 사람에 의해 쓰여진 고대 문건 둘 중 하나가 현대에 위조된 것으로 판명됐다면 당연히 나머지 한 건도 가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파피루스의 콥트어 텍스트는 8세기 중반에 이미 쓰이지 않던 것이었다. 일부 텍스트는 1924년에 발간된 책자의 내용과 같고, 2002년 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것과도 똑같았는데, 인터넷에 올리면서 실수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베껴쓴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하버드대에 이 문서가 전달될 때는 한스-울리히 라우캄프라는 사람이 이 문서를 1963년 동독 포츠담에서 구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으나, 당시 서독에 살았던 라우캄프는 일생동안 단 한 번도 동독을 찾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NTS 측은 “통상 과학적 측정 결과가 위조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되기 때문에 이번 위조의 경우 과학적 측정 결과를 교묘히 활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파피루스와 잉크 성분이 고대의 것이라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해 ‘예수 아내설’을 기정사실화 하려 했지만 ‘언제 썼느냐’는 점을 소홀히 다루면서 위조 소동이 확대됐다”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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