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떠돌이 암 ‘컵스’ 비상… 치료 방법도 효과도 없다

Է:2015-07-17 20:41
:2015-07-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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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떠돌이 암 ‘컵스’ 비상… 치료 방법도 효과도 없다
-출처 불명 전이암 증가… 발생 부위 확인 힘든 전이암

65세 여자 P씨. 올해 초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J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검사결과 통증은 복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간담도, 췌장, 위, 자궁, 난소 등 복강 내 어떤 장기도 복수를 유발할 병소(病巢)는 안 보였다. 병원 측은 환자의 몸에서 뽑은 복수를 뒤졌다. 거기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복부CT를 촬영했다. 그제야 암세포가 보였다. 뱃속에 암세포가 가득 찬 상태였다. 그러나 암세포가 어떤 종류이고,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55세 남자 K씨. 3년 전 이맘때 소화가 안 되고 기분 나쁜 복통이 계속돼 병원에서 위·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깨끗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아팠다. S병원을 찾아 복부초음파 및 CT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복강 내 췌장 옆쪽에서 이상 염증 조직이 발견됐다. 정체불명의 암세포였다. 어디서 빠져나온 녀석인지 분명치가 않았다. 또 다른 S병원을 찾아 다시 검사를 받았다. 그래도 똑같았다. K씨는 그해 연말 숨졌다. 진단에서 사망까지 6개월밖에 안 걸린 초고속 악화였다. 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나이에 고된 항암치료를 감내한 것에 대한 대가치곤 너무나 가혹한 결말이었다.

정체불명의 암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몸에 암이 생긴 것은 알지만 그 암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미스테리’투성이 출처불명의 암이 면역력이 약해지는 40대 이후 중·장년층을 집중 공격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암 진료 환자를 분석한 결과 ‘부위의 명시가 없는 악성 신생물’(질병분류코드 C80)과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D37~48) 등 원발부위 불명암(Cancer of Unknown Primary Site), 일명 컵스(CUPS) 환자가 연평균 7.5%씩 무려 37.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컵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연령층은 50대로,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40대 18.5%, 60대 19.4%, 70대 14.4%, 30대 10.8% 등의 순서를 보였다. 일반 암의 연령별 분포와 비슷한 비율이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진 교수는 암이 많이 생기는 고령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데다가 건강검진의 보편화로 우연히 암을 발견하듯이 컵스도 같은 루트로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컵스는 원발부위의 암이 없어져 찾을 수가 없는 게 특징이다. 다시 말해 분가를 시킨 암은 보이는데, 그 암을 만든 친정 또는 본가가 어딘지 알 수가 없는 격이다. 그러니 치료하기는 더 어렵다.

보통 다른 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진단 후 경과 및 향후 치료계획을 설명하는 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반면 컵스 환자는 두세 차례에 걸쳐 반복 설명해야 하며 최소 3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이다. 생소한 컵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까닭이다.

중앙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는 “원인을 못 찾는 담당 의사를 못 믿겠다며 병원 쇼핑을 가장 많이 하는 환자가 컵스 환자라는 말이 있다”며 “현재로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새로운 검사, 같은 검사를 반복하다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컵스는 어떤 암인가: 본적 없는 떠돌이 암, 치료 방법도 효과도 막막-

‘왜 하필 내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분노와 우울, 원망과 절망 사이를 오갔다. 암 진단 후 치료 과정이 트라우마를 겪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예측하지 못했지만 갑자기 찾아온다. 꼼짝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에 압도당한다.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공포를 경험한다.’

암 진단 후 2년째 투병 중인 정신과 의사가 한 잡지에 ‘암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의 일부다.

어느 날 암에 걸렸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을 때 대부분 환자가 보이는 첫 반응이다.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인 조기 위암의 경우엔 낫다. 의학의 발달로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해 천수를 누리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암 진단 자체가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전이(轉移)암 환자의 고통과 좌절감은 가늠할 수 없다. 꽤 진행된 것도 힘든데 암이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경로조차 불투명할 때 환자가 느끼는 당혹감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원발부위 불명암(Cancer of Unknown Primary Site)을 뜻하는 컵스(CUPS) 환자는 예외 없이 이런 고통과 좌절감, 불안과 우울, 곤혹스러움을 겪는다.



원발부위란 암이 처음 생긴 곳을 말한다. 암은 대부분 어느 부위에 생겼는지가 뚜렷하다. 그래서 위암, 폐암, 유방암 같이 먼저 생긴 부위의 이름을 붙인다.

문제는 원발부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데 있다. 우연히 발견된 암이 그곳에서 처음 생긴 게 아니라 다른 데서 이사 온 전이(轉移)암일 때다. 전이는 대개 암이 해당 장기의 벽을 뚫고 나가 인접 장기를 침범하거나 혈관, 림프관을 따라 다른 장기로 옮겨 붙는 형태다. 원발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생기는 원격전이일지라도 본래의 특질을 유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컵스는 암 전이의 일반 원칙이 무시된다. 원발부위가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거나 세포서식 환경이 좋지 않아 전이가 진행된 후 자연 도태됐기 때문이다. 눈에 띄지 않는 전이암은 조직검사를 해도 특질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컵스다.

컵스는 생각보다 많다. 발생빈도는 전체 암의 약 2∼6% 정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전체 암의 4.6% 내외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준 교수는 “스위스 미국 핀란드보다는 높고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컵스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고령인구 증가에 잘못된 생활습관과 과도한 스트레스 등 환경요인 70%, 유전적 요인 5% 정도로 추정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암의 증가요인과 다르지 않다.

중앙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는 “해마다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암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처럼 컵스가 발견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단순히 소화가 안 되거나 목 림프절이 부어 병원에 왔다가 컵스라는 진단을 받고 원발부위를 찾아야 하는 환자도 종종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컵스는 항암제 위주의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고, 경우에 따라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시스플라틴 에토포사이드, 젬시타빈, 도세탁셀, 이리노테칸 등 플라틴계 및 탁신계 항암제가 주로 사용된다.

치료 효과는 종잡을 수가 없다. ‘약 궁합’이 맞으면 6~8회 투약으로 드라마틱하게 씻은 듯 종적을 감춘다. 하지만 효과가 없을 경우 두어 달 뒤 곧바로 재발, 이전보다 더 많이, 더 새카맣게 올라온다. 컵스의 치료율이 낮고 생존율도 떨어지는 이유다. 보고에 따르면 컵스 진단 환자의 약 27%가 평균 2년간 생존했고, 나머지 환자는 보통 6~9개월 만에 사망했다.

신 교수는 “원발부위 불명암이라면 검사를 제대로 안 한 탓으로 여겨 환자나 보호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는 등 같은 검사를 중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좀 더 컵스를 이해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도 “불확실한 원발부위를 찾기 위해 병원 쇼핑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원발부위 불명, 그 자체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무시하기 쉬운 암 증상 7가지-

암은 발병 초기에 뿌리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무시하기 쉬운 증상을 지나쳐선 안 된다. 암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놓치지 않는 게 극복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정보 전문사이트 프리벤션닷컴이 과학공공도서관저널(PLoS One)에 실린 논문을 바탕으로 꼽은 ‘무시하기 쉬한 암 증상 7가지’를 소개한다.

1. 덩어리나 혹=암 환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몸에 원인 불명의 덩어리가 있음을 감지했다. 그러나 이들 중 77%는 심각한 질병으로 여기지 않았다. 몸에 전에 없던 덩어리가 생기지 않았는지 살피고, 이상이 있다고 여겨질 땐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2. 기침이나 쉰 목소리=기침은 후두암, 폐암, 갑상선암, 림프종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는 등 목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

3. 배변 습관의 변화=영국 런던대 연구팀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의 18%는 배변 시기, 대변의 양과 크기 변화를 경험했다. 변비가 오래 지속되거나 변이 가늘어지는 것은 음식이나 약물의 영향뿐만 아니라 대장암의 전조 증상이다.

4. 소변 습관, 방광 이상=잦은 요로 감염도 경계 대상이다. 전에 없이 소변을 자주 본다든지 방광 부위가 아프면 남녀 모두 한번쯤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암을 의심해야 한다.

5. 지속적인 통증=통증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미국암협회는 암으로 인한 통증은 서서히 몸 전체로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6. 체중 감소=원인을 모르는 채 갑자기 체중이 4.5㎏ 정도 줄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체중 감소는 췌장암, 위암, 폐암, 식도암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상증상이다.

7. 출혈=폐암의 신호는 피가 섞여 나오는 가래와 기침이다. 대변에 묻은 피는 대장·직장암의 표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 출혈은 자궁암 같은 질환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유두 출혈은 유방암, 혈뇨는 방광암이나 신장암의 신호일 수 있다. 외상 등 뚜렷한 이유가 없는 출혈은 암의 전 단계일 수 있다.


-전이암이란-

암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신체의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는, 말 그대로 둥지를 바꾼 암을 말한다. 전이(轉移)는 온몸에 분포한 혈관 또는 림프관을 타고 퍼진다. 대개 원격 전이는 혈관을 타고, 근접 전이는 림프관으로 잘 옮겨 붙어 새 터를 잡는다. 전이암이 원발암보다 먼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그 암이 어디서 최초에 시작됐는지 원발부위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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