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통일로 삼일교회(하태영 목사)는 ‘녹번 1-2구역 재개발사업’ 지역 내 유일한 교회다. 도로변 축대 위에 자리 잡은 교회 건물 외벽에는 ‘삼일교회 존치를 위한 특별기도회’라고 적힌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교회 건너편 건물에는 ‘삼일교회 불법건축물 승인 내준 은평구청은 즉각 철거시켜라. 조합원 일동’이란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14일 교회에서 만난 하태영 목사는 상반된 내용의 플래카드를 보며 힘없이 말했다.
“교회 건물이 가설건축물이고 등기부상 종교부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하라, 종교부지도 못 주겠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우리 교회는 40년 가까이 이곳 주민들과 지내며 예배를 드려왔어요.”
삼일교회는 1973년 하 목사가 개척한 교회다. 그는 77년 이곳의 국민주택을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명의로 매입해 예배당으로 사용했다.
교회는 재개발을 앞두고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종교부지 제공 및 같은 면적의 성전 신축, 공사기간 예배처소 제공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구역지정 당시 종교부지가 계획되지 않았고, 교회 대지 및 건축물이 법률상 종교부지나 종교시설로 등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현 교회건물이 ‘재개발 사업 진행 시 철거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받은 가설건축물인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 목사는 “서류상으로는 종교부지나 종교시설이 아니지만 실제로는 교회용도 외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택으로 사용했다면 반드시 지방세를 내야 한다”면서 “40년 가까이 한 번도 세금이 부과된 적이 없는데, 이는 구청이 종교시설로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구도심에서 4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교회 대부분은 등기부상 대지로 등재돼 있고, ‘종교부지’라는 개념은 신도시 개발로 보편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설건축물 허가를 받은 데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교회 노후화로 비가 새는 등 문제가 생기자 2006년 수리를 했는데 도중에 건물이 허물어지는 바람에 구청에 신축 허가를 신청했다. 구청에선 ‘재개발 지역으로 고시돼 건축행위가 제한돼 있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허물어진 교회를 내버려둘 수 없던 그는 가설건축물 허가라도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구청 관계자는 ‘재개발이 이뤄지면 자진 철거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을 하라고 요구했다.
“담당 공무원이 ‘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진정서가 들어왔다’며 이를 무마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마다 갱신하는 가설건축물 허가를 2007년 받은 겁니다.”
조합은 교회 존치 대신 현금청산을 주장하며 서울 서부지법에 공탁금을 걸고 건물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하 목사는 “2009년 서울시가 작성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에 담긴 ‘종교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되도록 검토’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존치에 준하는 이전계획 수립’ 등은 현장에서 그저 말일 뿐”이라며 “구와 시는 오히려 조합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하 목사의 사정을 접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서울노회는 지난달 29일 ‘삼일교회 존치를 위한 서울노회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기장 총회는 소속 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관계 당국에 교회 존치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은평구와 서울시에 탄원서도 제출할 계획이다.
은평구나 서울시는 아직 요지부동이지만 하 목사의 태도는 결연했다. “올해 70세로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38년간 가꿔온 교회가 멸실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르포] 재개발로 철거 위기 놓인 서울 은평구 삼일교회 ‘외로운 싸움’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