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환 정무수석, 내일 김무성 대표 만나기 위해 국회 방문...朴대통령 면담 일정 조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현기환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당청관계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의 원칙을 제시함에 따라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사이의 관계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무수석은 당청관계와 또 국회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라면서 "앞으로 당청관계나 대국회관계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지켜나가야 할 기본은 오직 국민을 보고 국민을 위한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개인적 이해관계나 당리당략을 떠나서 진실되고 담백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 덧붙였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표면적으로는 처음 청와대 공식회의에 참석한 현 신임 수석에게 그 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을 중심에 두는 자신의 국정철학에 따라 업무를 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이지만 넓게 보면 여의도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발언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던 것의 연장선에 있다는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여당이 현 정권 창출에 공동책임을 안고 있는 만큼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국정과제나 개혁과제에 긴밀히 협조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할만한 성과를 내는데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수석에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입법은 안중에 없고 개인적 친분이나 쌓는 소통은 필요 없다는 당부를 하는 한편 여당에도 야당의 당리당략에 치우친 연계전략에 휘둘리지 말고 정부가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력을 해달라고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당청관계 복원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수평적 당청 관계'와 관련한 질문에 "점수로 따지자면 스스로 조금 미흡하다고 생각된다"면서도 "청와대와의 소통은 과거엔 잘 안 됐는데, 요새는 아주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각을 세우던 유 전 원내대표의 퇴진 이후 당청 수뇌부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곧 박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발언이나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취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당 내부에서도 김 대표가 추진하는 2기 당직개편과 새 원내 지도부 구성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당청관계 복원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박 대통령 및 청와대 수뇌부와 김 대표를 비롯한 새로운 당 지도부의 회동 시기도 가시화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원유철 의원이 오는 14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시점에 맞춰 현 수석이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인사차 국회를 방문하고, 이 자리에서 당청회동 일정 조율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오는 25일 김 대표가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일정이 잡혀 있어 '새 원내대표 선출(14일)이후 김 대표 출국일(25일) 이전 시점에 청와대 회동 일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청의 분열 양상이 불거지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며 "김 대표는 '정치는 무조건 이기려고만 드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생각을 하는 만큼 당청 관계도 이런 기조에서 새롭게 가져가려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여전히 '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당청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정두언 의원이나 김용태 의원 등은 유 전 원내대표 사퇴를 놓고 청와대가 당의 '굴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당청 관계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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