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요원, 덫에 걸려 기밀유출 ?

군검찰이 10일 군사기밀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해군장교가 중국 연수시 폭행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약점이 잡혀 기밀을 누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군 검찰에 따르면 기무사 소속 해군 S소령은 중국연수때인 2010년 같은 학교 학생을 통해 A씨에게 2013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구축함 등 우리 해군 함정에 관한 3급 군사기밀 1건과 군사자료 26건을 건네줬다.

2013년 6월에는 S소령이 모친 고희 기념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A씨를 만나 9건의 군사자료를 전달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대전으로 찾아온 중국인 연락책을 통해 17건의 군사자료를 전달했다. 자료는 문서를 그대로 넘겨주지 않고 발췌해 손으로 쓴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외장메모리카드(SD)에 담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료전달과정은 첨보전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접선할 때 서로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S소령이 전달한 자료는 주변국 동향과 우리군이 분석한 내용으로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에 관한 것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씨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는 등 우리군의 미사일방어방에 대한 관심이 컸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소령은 중국에서 국제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소에 근무한다고 소개한 A씨와 국제문제에 관해 논의하면서 잘 알게 됐으나 S소령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급격히 친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S 소령이 폭행사건으로 위협을 받고 180여만원을 줬으나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받는 과정에서 A씨가 개입해 사건을 무마하고 180만원을 돌려줬다. 또 S소령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도 A씨는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시 사고상황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소령은 A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연수를 마치고 가족들과 중국여행을 A씨의 고향으로 갔고 여행경비는 모두 A씨가 부담했다. 또 연수후 S소령이 모친 고희기념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A씨는 고희축하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 검찰은 A씨의 정체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 군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적어도 3개 이상의 다른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기밀유출을 방지하고 방첩업무를 주 임무로 하고 있는 기무사 장교가 도리어 기밀유출을 한 이번 사안에 대해 기무사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연천 기무사령관이 이날 오후 “기무사령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 없다”고 사과하고 고강도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한시적으로 내외부 인원이 포함된 특별직무감찰팀을 편성해 연말까지 전 기무부대를 대상으로 직무감찰을 실시하고 윤리강령을 개정해 위반시 ‘원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무사 순환보직도 대폭 확대해 페쇄형 인사관리의 폐해를 최대한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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