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북한...탈북 러시 현실화되나

북한 내부가 심상치 않다. ‘김정은식 공포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군 장성 등 고위급 인사들의 망명과 외화벌이 일꾼들의 탈북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체제 운영의 두 축인 인력과 자본 유출로 정권 안정성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난해 중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한 북한 고위 인사의 행적을 두고 첩보전이 벌어졌다. 극동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던 조선대성은행 윤태영 수석대표가 일가족과 함께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윤 대표가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향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추격했지만 이후 행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탈북자단체 대표는 7일 “북한이 잇따른 경제 재제로 자금 실적이 떨어지자 윤 대표를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망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에는 2000년 남북 국방장관회담 북측 차석대표였던 북한 인민군 박승원 상장(중장급)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3국 대사관을 통해 우리 측으로 망명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노동당 39호실 부부장급 간부 3명도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망명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소식통들은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동요는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위급 인사들의 망명은 2013년 12월 김 제1비서가 자신의 고모부이자 실세였던 장성택을 처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권력을 잡은 김 제1비서가 공포정치를 통치의 가장 큰 수단으로 삼자, 신변 불안을 느낀 이들이 망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권력 핵심들의 몰락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이권다툼도 낳았다. 같은 달 중국 단둥의 한 아파트 8층에서는 장성택 측근이자 자금줄이었던 유모씨가 추락사했다. 평양에서 택시사업을 하던 그는 장성택 처형 이후 신변의 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수사당국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그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은 점, 같이 살던 부인이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 점 등에 비춰 타살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북한은 해외 주재원들의 국내 송환 및 교체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 망명 역시 북한이 그를 교체하려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해외에 나가있던 사람들의 사업을 회수하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반발에 부딪혔다”며 “이 와중에 이권다툼까지 극심해지자 북한을 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외화벌이 일꾼 등 국외 근무 북한인들도 10여명이나 탈북해 국내에 들어왔다고 한다. 매달 ‘상납액’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이들에 대한 대우가 나빠진 것도 탈북 러시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해외 근무를 오래했거나 실적이 안 좋은 외화벌이 일꾼을 점검하고 교체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체포해 본국으로 끌고 가는 형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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