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출발 지연시킨 인도 ‘갑질’ 장관

인도에서 중견 정치인들이 잇따라 여객기 출발시간을 지연시켜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인도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고위층에 대한 ‘특별 대우 문화’(VIP Culture)를 없애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이번 논란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출신으로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차세대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키렌 리지주(44) 내무부 정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잠무-카슈미르 주를 방문하고 뉴델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국영 항공사 에어인디아의 여객기 출발을 한 시간 지연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NDTV 등이 3일 보도했다.

애초 헬기를 타려다 기상 사정으로 헬기가 뜰 수 없자 승객이 다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던 여객기를 자신들이 탈 때까지 이륙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또 이미 만석인 여객기에 리지주 장관 일행을 태우려고 미리 표를 예약해 타고 있던 공무원 가족 3명이 비행기에서 내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등에서는 리지주 장관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그는 당일 여객기가 갑작스럽게 출발 예정시간을 한 시간가량 앞당겼다가 원래대로 재조정하는 바람에 활주로에서 대기한 것일 뿐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해 일정이 바뀐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총리실마저 항공부에 여객기 출발 지연 경위를 보고하라고 지시하자 그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줘서 죄송하고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자신 때문에 다른 승객이 내렸다는 것은 오보라고 주장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에어인디아 편으로 주 대표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데벤드라 파드나비스(45) 마하라슈트라 주총리도 항공기 출발을 부당하게 지연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의 보좌관 가운데 한 명이 미국 비자가 든 여권을 가져오지 않아 제때 탑승을 못하게 되자 파드나비스 주 총리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비행기 출발 시간을 늦추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드나비스 주총리는 자신은 일찍 비행기에 탑승해 조용히 출발만 기다리고 있었음을 주변 승객들이 모두 봤다면서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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