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정부군, 어린 소녀 등 성폭행 뒤 산 채로 불태워 죽여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린 고 이태석 신부가 활동했던 남수단에서 최근 내전 중 정부군이 민간인, 특히 여성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극에 달했다고 유엔 보고서가 밝혔다.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은 지난달 29일자 긴급보고서에서 남수단 정부군과 그에 딸린 민병대들에 의해 “성인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 집단 성폭행당한 뒤 투쿨스(현지인들의 오두막집)에 갇힌 채 불태워진 최소 9건의 사례에 대해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권유린 행위 피해자와 목격자 115명의 증언을 토대로, 성인 여성과 소녀 최소 172명이 납치됐고, 이와 별개로 최소 79명이 집단강간을 비롯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한 생존자는 정부군에 의해 집에서 끌려나가 3세 된 딸 앞에서 성폭행당했다고 UNMISS의 인권국 소속 조사원에게 진술했다. 또 한 목격자는 정부군이 젖을 먹이던 여성으로부터 “아기를 떼어내 내동댕이치고는 그 여성을 집단강간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최소 5개 마을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집단 성폭행당한 뒤 사살되는 일이 있었는데, 목격자 2명은 민병대가 17세 소녀를 집단강간한 뒤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반군들의 소재와 가축을 숨겨둔 곳을 알아내려는 잔악한 고문 사례에 대해서도 최소 9건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정부군이 벌겋게 타는 석탄 조각을 한 여성의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주먹을 쥐게 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들 숫자는 실제 인권유린 행위에 비해 적다고 확신한다"며 "인권국이 피해자 이름이나 사건의 구체적 상황을 들은 사례만 여기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남수단은 북부 수단과 내전 끝에 지난 2013년 독립했으나, 그해 12월부터 남수단 내에서 대립 부족 간 내전이 격화와 소강상태를 거듭하는 가운데 지난 4월부터 다시 정부군의 총공세로 내전이 격화하고 있다.

유엔남수단임무단은 정부군의 반군에 대한 공세와 정부군과 반군간 전투 와중에 주민 10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떠나 유랑민이 됐을 뿐 아니라 납치, 성폭행, 고문 등의 인권유린 외에 사람을 “집에 가두고 산 채로 불태우는 것과 같이 전례없이 잔혹한 야만적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들이 제기돼 긴급 조사에 나섰다.

남수단엔 유엔남수단임무단의 일원으로 한국의 한빛부대가 지난 2013년부터 파견돼 국가재건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고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뜻에서 2012년 대외경제협력기금 8600만달러(960억원)을 들여 남수단 수도 주바에 현대식 대형 종합병원과 의과대학인 이태석 신부 기념 의과대학병원을 지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현지의 정정불안 등을 이유로 “추후 남수단 정정의 개선 상황을 봐가며 신중히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이 사업이 사실상 유보상태임을 밝혔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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