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 8일 만에 환자가 7명으로 늘면서 메르스의 전염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발생한 2차 감염을 넘어 3차 전염자 발생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차 전염은 바로 지역사회 확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3차 감염자 발생 우려=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 7명 중 6명은 모두 지난 20일 확진받은 첫 감염자 A씨(68)와 같은 병실 혹은 병동을 썼거나 치료한 의료진, 가족이었다. 다시 말해 첫 환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옮아간 ‘2차 감염자들'인 셈이다.
단, 27일 확진받은 남성 F씨(71)는 첫 환자와 ‘2m내 밀착 접촉자’는 아니다. F씨는 A씨와 같은 병실은 쓰지 않고 같은 병동의 10m 정도 떨어진 다른 병실을 사용했다. 때문에 보건당국은 “F씨가 첫 환자인 A씨가 외래 진료 대기를 하다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문제는 A씨가 진료 대기를 하다 2차 감염자를 유발한 만큼, 또 다른 추가 2차 감염자 그리고 이들에 의한 '3차 감염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A씨가 진료 대기를 하면서 접촉했던 사람들은 보건당국의 방역 점검 대상에 들어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메르스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26일 중국 출국이 확인된 H씨(44)에 대한 우려다. H씨는 세 번째 환자인 C씨(76)의 아들이며 네 번째 환자인 D씨(46·여)의 여동생이다. H씨는 현재 중국 대형병원에서 격리 조치돼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격리될 때 까진 우리 보건당국의 감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H씨는 지난 16일 아버지인 C씨가 입원한 병실을 방문해 4시간 가량 머물렀다. 당시 병실에는 첫 번째 환자인 A씨가 입원해 있었다. 하지만 C씨와 D씨 모두 가족인 H씨의 병문안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보건당국은 H씨에 대해 자가 격리 등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H씨는 3일 뒤인 19일부터 발열 등 증상이 발생했고, 22일과 25일 병원에서 각각 37.7도, 38.6도의 고열 증상을 보였다. 그리고 의료진 만류에도 불구하고 26일 중국 출장에 나섰다. 의료진은 27일에서야 보건당국에 신고했고 중국에도 이 같은 사실이 통보됐다.
다시말해 16일부터 27일까지 약 11일간 H씨는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났지만 방역 당국의 어떤 감시도 받지 않은 상태로 여러 곳을 활보하고 다녔던 셈이다.
만약 H씨에 대한 메르스 감염이 최종 확인되면 그 또한 ‘2차 감염자’가 된다. 문제는 11일간 활보하면서 주변에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더기 ‘3차 감염자’ 발생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H씨의 부인 및 의료기관 의료진 10명을 자가 격리하고 26일 H씨가 이용한 항공편 탑승객 중 근접 탑승객 28명, 직장 동료 180명을 포함해 약 200여명의 접촉자 파악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3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은?=메르스의 전염력이 예상 외로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변종 바이러스’ 등장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 질병을 일으키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한 쪽으로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르스는 10명 중 1명이 걸릴까 말까 할 정도로 전염력이 약한데, 지금까지의 감염 경로를 보면 전파력이 굉장히 강하다. 바이러스가 변이돼 감염력이 세지고 사람 간 전파가 잘 되도록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로,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를 훨씬 잘 일으킨다. 만약 변이된 바이러스가 최초 환자의 몸에 무임승차해 한국으로 들어왔다면 중동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국내 메르스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대해 “초동 방역 대처의 미숙”으로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환자 입원시 병문안 등을 위해 자유롭게 드나드는 등 후진적 병실 문화를 갖고 있다”면서 “이 같은 병실 문화와 함께 최초 감염자가 중동 체류 상황 등 동선을 잘 얘기 안 해 의료진들도 신속하게 상황 대처를 못한 측면이 있어 빠르게 전염자가 는 걸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문헌을 더 찾아봐야겠지만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환자 발생 이후 현재까지 중동 지역이나 중동 외 지역에서 변종 바이러스 출현에 대한 보고는 없다”며 조심스럽게 변종 바이러스 출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보건당국도 “변종 바이러스는 아니다”고 밝혔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교적 변이가 드물다.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가 최근에 변화를 일으켰거나 변이를 일으킨 것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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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방역 구멍’…3차 전염 발생 우려 +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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