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삼성그룹 지배 구조 강화 및 단순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그룹 승계의 핵심은 전체 그룹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다. 하지만 이 회장 일가가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너무 적다. 5%가 채 안 된다. 특히 차기 후계자인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0.57%에 불과하다. 그룹 승계 및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지주회사 격의 회사인데도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06%나 소유한 2대 주주이다.
이런 상태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함으로써 삼성전자의 지분까지 소유하게 됐다. 특히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주식을 7.21%나 보유한 1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 19.3%까지 보유하고 있다. 합병 삼성물산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합병 삼성물산에 힘이 쏠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오너일가 지배력이 가장 강하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23.2%)과 이부진 사장(7.8%), 이서현 사장(7.8%) 등 오너 3세들이 대주주다. 이 회장도 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가 되지만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하고, 오너일가의 지분 합계는 30.4%로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보면 합병을 통해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하면서 삼성전자의 지분은 크게 높여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포석인 셈이다.
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물산을 한 축으로 해서 이뤄지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제일모직이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보다 단순한 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던 구조에서 합병된 제일모직을 통해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문제로 지적돼 왔던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게 됐다”며 “오너가 입장에서는 그룹 경영권 방어나 지배구조 운영 차원에서는 이 같은 단순한 구조를 훨씬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화 된 삼성의 지배구조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홀딩스(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삼성물산을 합병한 제일모직과 다시 합병하거나, 삼성생명을 금융중간지주회사 등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도 합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고, 이 부회장도 지분 11.25%를 갖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삼성SDS·삼성전자 합병이 마무리되면 오너 일가는 삼성전자 지분 약 10% 안팎을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에 둘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론에 회의적이지만 여론과 관련 법 개정 등으로 분위기가 급변할 수도 있다”며 “결국 여러 주위상황을 고려해 그룹의 최종적인 지배구조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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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 정점으로 가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지주회사 전환 등 노린 다목적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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