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하겠다”며 지시 거부한 조직원 무차별 폭행한 조폭

폭력조직을 탈퇴하려 지시를 거부하고 잠적한 조직원을 찾아내 무차별 폭행을 가한 조직폭력배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직원을 납치해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린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수유리파' 행동대장 유모(39)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수유리파 조직원인 김모(38)씨와 조폭인 아니면서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김모(41)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990년대 결성된 수유리파는 서울 강북구 일대에서 활동하다 2010년 경찰의 단속으로 간부급 조직원들이 대거 구속돼 지금은 사실상 와해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단속에 대한 책임을 따지며 조직 내 갈등이 불거졌다. 그러던 2012년 유씨 등은 조직원인 이모(35)씨에게 조직 내 반대파를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어린 자녀가 있던 이씨는 흉기를 사용하다 검거되면 긴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조직을 탈퇴하기로 하고 그대로 잠적했다. 이에 유씨 등은 조직 이탈과 지시 거부 등 책임을 묻겠다며 그를 뒤쫓았다.

이씨의 도피 생활이 6개월째 접어들던 2013년 4월 유씨 일당은 이씨가 평소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는 점에 착안해 이씨의 게임친구였던 공범 김씨를 동원해 게임 아이템 거래를 빌미로 이씨를 유인했다. 유씨 등은 이씨가 나타나자 흉기로 위협하면서 인근 야산 등으로 끌고 다니며 쇠파이프와 철제 삼단봉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만신창이로 버려진 이씨는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병원 치료 기록이 남으면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까 봐 친형 명의로 한의원 등만 다니는 등 골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후유증이 상당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1년3개월여의 끈질긴 추적 끝에 도피 행각을 벌이던 유씨 일당을 검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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