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부모와 아이 만남 제공하는 법원 ‘이음누리 센터’ 언론 첫 공개

Է:2015-05-03 17:12
ϱ
ũ
이혼 부모와 아이 만남 제공하는 법원 ‘이음누리 센터’ 언론 첫 공개
A씨(36)는 2012년 아내 B씨(32)와 이혼했다. 이들에겐 여섯 살 딸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는 엄마가 선정됐다. 아빠는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아이와 지내기로(면접교섭) 했다. 처음 몇 차례는 수월하게 딸을 만났다. 하지만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문제로 곧 갈등이 생겼다.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종종 험악한 말이 오갔고 아빠는 1년 동안 딸을 만나지 못했다.

이혼은 가족관계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다. 아이가 있으면 더욱 그렇다. 이혼한 부모가 자녀와 어떻게 지내는지에 따라 아이의 유년생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양육권, 면접교섭권을 두고 이혼부부 간 갈등이 계속되면 아이도 이혼을 원만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부부 사이는 끝났을지언정 비양육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친밀하게 유지돼야 한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여상훈)은 이혼 과정에서 부부관계가 더 악화돼 자녀와 원활하게 만나지 못하는 부모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를 운영하고 있다. 면접교섭권은 비양육 부모도 아이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민법상 권리인데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립적 기관인 법원에 면접교섭 공간을 마련했더니 이혼부부들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이용하더라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이음누리를 찾은 이혼부부는 모두 21쌍이다.

A씨도 B씨와 협의를 거쳐 이음누리에서 딸을 다시 만나게 됐다. 아빠를 1년 만에 만난 딸은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곧 “아빠 우리 또 언제 봐?” 하며 친근감을 보였다. A씨는 이음누리에서 3개월 동안 월 2회 정기적으로 딸을 만났고, 딸은 아빠에게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달라고 조르는 등 관계가 한층 회복됐다. 면접교섭센터는 110㎡(약 33평) 크기에 면접교섭실 2개와 관찰실 1개로 구성돼 있다. 놀이방처럼 자동차, 공룡 등 장난감 30~40개가 비치돼 있고, 아이가 타고 놀 수 있도록 작은 그네나 미끄럼틀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게 면접교섭 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양육자는 아이를 키우는 일을 기득권이라고 여기지 않고 비양육자를 배려해야 한다. 비양육자 역시 아이를 만나는 자리에서 양육자를 험담해선 안 된다. 조명숙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은 3일 “각자 선택해 헤어졌더라도 양육은 함께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이혼부부가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아이가 이중인격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면접교섭센터는 당초 이혼부부를 대상으로만 운영됐으나 지난 3월부터 이혼 조정 중인 부부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 양육권을 두고 더 많은 갈등이 생기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처음에 ‘욱’ 하는 마음에 이혼을 결심했다가도 상대방이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