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천막촌 르포] 비닐로 만든 임시거처에 고단한 몸과 마음을 뉘었지만…

Է:2015-04-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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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천막촌 르포] 비닐로 만든 임시거처에 고단한 몸과 마음을 뉘었지만…
30일 오전(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의 사라스와티 영어학교 운동장에는 색색의 천막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나무기둥을 사방에 박아 세우고 그 위로 넓은 비닐이나 천을 덮어 만든 피난처였다. 이재민들은 이곳에서 몸을 낮추고 훼손당한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천막은 뚫린 곳 높이가 대개 1.5m 이하로 낮아서 들어가려면 몸을 숙여야 했다. 바닥에는 돗자리와 은박매트, 이불, 담요, 카펫 따위가 일본식 장판 다다미처럼 깔려 있었다. 쌀을 대부분 퍼내서 헐거워진 포대와 시든 야채를 담은 자루, 거의 동난 물통이 이들의 식량 사정을 대변했다. 일체감 없는 식기와 주방도구가 주변에 쌓여 있었다.

천막 그늘 안에는 대부분 노인과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 해가 뜨면 남자들은 천막촌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거나 잔해를 파헤친다. 여자들은 소형 가스통을 연결한 버너에 큰 냄비를 올리고 한두 가지 재료에 물을 채워서 끓였다. 냄비에서 번지는 온기가 냉한 천막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 천막촌에는 159가구, 400명 정도가 피신해 있다. 노인과 아이가 각각 100명, 나머지 절반은 젊은 성인이다. 천막마다 서너 가족이 모여 산다. 한 중년여성은 “먹을 것과 물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 상점들이 다 닫아서 사먹지도 못한다. 남의 걸 도둑질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 여자는 분홍 원피스에 검정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25일 지진 때 입고 나온 유일한 옷이라고 했다. 그는 “집에 다른 물건이 있지만 너무 무서워서 못 들어간다”고 했다. 이것이 지금 네팔인들이 느끼는 공포다.

주민들에 둘러싸인 기자에게 안경 쓴 남자가 다가와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통역 없이 직접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 남자 어르준 콘다(26)씨는 영어교사였다. 그는 “지진 이후 건물에 들어갈 수 없어 아이들을 야외에 모아놓고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천막 안팎의 아이들은 사랑스러웠다. 엄마 품에 안겨서 천진하게 웃거나 형제자매가 뒤엉켜 장난을 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재난을 극복하는 일은 부모의 몫이다. 이것은 부당하지 않다. 네팔인들은 아직 비관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을 끌어안고 절망을 돌파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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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푸르=강창욱 특파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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