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 뻗친 경찰, 기지 발휘해 스토커 잡았다더니… 남자친구?

경찰이 망신살을 뻗쳤다. 기지 발휘해 스토커를 체포했다고 보도했지만, 알고보니 2년 사귄 남자친구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스토커 피해자를 구한 112 직원의 기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2년 전 병원에서 일하던 김모(55)씨가 환자로 알게 된 A씨(30대·여)에게 호감을 느껴 교제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A씨를 스토킹하던 김씨는 20일 A씨의 집에 무단 침입해 A씨에게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몰래 경찰에 신고한 것을 김씨가 눈치 채 전화기를 빼앗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112 직원이 “누나 좀 바꿔주세요. 괜찮으니까 누나 바꾸세요”라며 A씨의 친동생인 것처럼 기지를 발휘해 A씨를 보호하고 김씨를 체포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씨가 이달 15일 A씨의 이삿짐을 날라주면서 알게 된 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해 A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설명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과 달랐다. 김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곧바로 석방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송파경찰서 측은 “A씨와 김씨는 2년 전부터 내연 관계였고, 신고 전날에도 두 사람이 A씨의 집에서 함께 하룻밤을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19일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A씨의 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며 김씨의 무단침입과 스토킹 등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청이 무리하게 실적을 홍보하려다 망신을 자초한 게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청 생활안전부 김경원 총경은 “당시 신고 및 현장조치 상황을 종합해 스토커가 협박했다고 판단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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