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국인 워홀러, 안전대책 미비속 안전불감증 심각

실종 후 숨진 호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한국인 참가자(워홀러)의 사인이 익사로 판정되면서 안전장치 미비와 안전의식 강화에 대한 경각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 내 한국인 워홀러가 2009년 3만9000명에서 지난해 1만9000명으로 격감하면서 사건이나 사고도 줄기는 했으나 이들이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호주 정부가 워홀러 비자 발급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한해 수만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이 비자를 이용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들의 명단과 연락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사전 안전장치 마련은 커녕 사후 조치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워홀러들의 연락처만이라도 확보하고자 호주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호주 당국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순순히 응하지 않고 있다. 시드니 총영사관의 구광일 영사는 “워홀러들이 우리만큼 많이 들어오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프랑스 및 대만 공관 측과 연락하면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홀러 대부분이 20대의 젊은이들로 안전 감각이 무딘 편이지만, 호주 입국 전 사전교육도 하나 없는 등 안전문제를 그들에게만 전적으로 맡겨놓은 점도 문제다. 사고 대부분은 밤에 일어나고 또 술과 관련된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 워홀러들이 시드니 곳곳에서 밤늦게까지 술 마시는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총영사관은 농촌지역에서는 술을 마신 젊은이가 술자리를 함께한 동료들을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가 지금도 종종 적발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지인들조차 밤에는 혼자 걸어 다니지 않는 만큼 워홀러들도 늦은 밤에 혼자 다니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교민들은 강조한다. 불가피하게 밤에 다니게 될 경우 여럿이 함께 다니면 사고나 범죄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총영사관은 최근에는 주머니가 빈 워홀러들이 계좌 명의를 빌려줘 범죄단체의 돈세탁 사건에 연루되는 사건이 잇따르는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2013년 12월 한국인 워홀러가 환전하려다 다른 한국인 남성에 살해된 사례에서 보듯 한국 범죄경력이 호주 입국에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 점을 워홀러들로서는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교민들은 워홀러들이 도시나 농촌 가릴 것 없이 호주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사고 가능성이 항상 있기에 시드니 한인회나 총영사관, 캔버라 한국대사관 등의 비상 연락망을 숙지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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