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12일 만에 이완구 총리가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더 이상 버티다가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전체를 잠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당의 거센 공격과 여권 전체의 ‘사퇴 불가피론’도 한몫을 했다. 가장 큰 요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마저 ‘우군’이 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다.
◆무거웠던 사퇴 당일…이 총리의 행적=이 총리는 전날인 20일 오전만 해도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예정대로 참석해 정부대표 자격으로 기념사를 발표했다. 그 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장애인 우대정책을 상세하게 피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말수가 훨씬 줄었다.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자신있게 꺼내놓던 결백 주장과 상세한 해명도 이날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오후 5시쯤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퇴근하면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당시 총리의 표정이 매우 어둡고 무거웠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오전 일정을 소화한 뒤 집무실로 돌아온 다음 청와대 보고라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자신이 사퇴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한 것으로 여겨진다. 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 국회제출 수순에 돌입하고 여당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따라서 총리실을 나서 삼청동 공관으로 향할 때 이미 그는 사의표명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퇴근후 그는 “총리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 총리공관에서 두문불출=이 총리는 21일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삼청동 총리공관에 머물렀다. 사의 표명에 대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당초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신했다. 과학의 날,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 참석도 취소됐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정부대표로 각종 행사에 나서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으로 여겨진다. 22일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부 장관 접견도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
총리실은 후속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오전 일찍 긴급 고위간부회의를 소집해 국정공백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으로 ‘실세 총리, 책임 총리’ 역할이 기대됐던 이 총리가 낙마하게 되자 여기저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2개월 만에 다시 새 총리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악순환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힘 있는 총리가 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중도 퇴진이라니…”라며 “상당히 많은 개혁과제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데 후임 총리는 이를 다 돌파할 수 있는 분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말 총리실 상황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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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는 왜 사퇴할 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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