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쯤 하얀 천막으로 세운 분향소 안에서 한 젊은 여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울었다. 재킷 안쪽으로 드러난 목덜미가 붉었고 핏줄은 굵게 부풀었다.
죽음의 기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생전 얼굴 사진이 정면에 모자이크처럼 붙어 있었다. 그 얼굴들로 빽빽한 가로 4m, 세로 1m 정도의 직사각형 전면은 그날의 세월호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아래 검은 제단에는 꽃잎을 하얗게 열어젖힌 국화가 수북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오전부터 추모객이 끊이지 않았다. 하늘을 부옇게 덮은 먹구름은 내내 걷히지 않았고 굵은 비가 때때로 쏟아졌다. 젖은 광장에서 추모객들을 말없이 우산을 들고 길게 줄을 서서 헌화 차례를 기다렸다. 묵념하다 눈물을 쏟는 사람이 많았다.
추모를 마치고 나온 중앙대 아시아문화학부 1학년 김상훈(20)씨는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억울하게 죽은 거잖나. (세월호 추모 분위기를) 미디어로만 접하다가 직접 맞닥뜨리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보수단체들이 인근에 몰려와 추모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소란스러워졌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오후 3시 반쯤부터 광장 건너편에서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를 열었다. 앞으로 나선 이종문 어버이연합 경기안산지부장은 “우리도 진짜 (세월호를) 인양하고 싶다. 그러나 누구의 돈이냐. 국민 세금”이라고 소리쳤다. 뒤에서 수십명이 “불순세력 물러나라. 세월호 유가족 물러나라”며 함성을 질렀다.
이들은 추모객이나 행인들과 마찰을 빚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어버이연합의 집회를 지켜보면 전직 중학교 교사 민영희(56·여)씨는 혀를 끌끌 차며 “세상에 오늘 같은 날 그러시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민씨가 한심하게 쳐다보자 가까이 있던 어버이연합 회원이 다가가려고 했다. 옆에 있던 회원들이 그를 말렸다.
일부 추모제 참석자는 욕을 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은 경찰관에게 “저게 말이 되느냐. 어서 연행하라”며 항의했다. 경찰관은 “서로 자기주장만 하고 있지 않으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앞서 오전에는 보수단체 ‘엄마부대봉사단’ 30여명이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광장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60·여)는 “왜 유가족은 되고 우린 안 되냐”며 “세월호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고함을 질렀다. 이들은 농성장 맞은편인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서 ‘세월호 거짓 선동 1주년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엄마부대 회원들은 “불편하다”는 시민을 둘러싸고 “뭐가 불편하냐”고 소리치거나 피켓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세월호대학생대표자 연석회의 등 대학생들은 경희대, 이화여대, 서울대, 마로니에공원 등 각지에서 출발해 광화문까지 추모행진을 했다. 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도 감신대 정문에서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관악주민연대는 서원동에서 별도 추모집회를 열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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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갈등의 추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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