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팽목항 방문… 혼선 또 혼선] 유족들 만남 보이콧 뒤틀려… 해외일정까지 꼬여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문은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다.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라는 특성상 혹시 모를 경호상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는 당초 경기 안산의 합동분향소, 팽목항, 제3의 장소 등을 두루 검토했으나 여러 여건상 팽목항이 가장 좋다는 판단을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막판까지 공식발표하지 않는 등 보안에 신경을 썼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오전에야 공지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 사실이 세월호 유족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팽목항에서 희생자 추모, 유가족 위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들이 팽목항 임시 숙소 주변에 ‘세월호를 인양하라’ ‘대통령령 폐기하라’ ‘박근혜정부 규탄한다’ 등 정부를 규탄하는 현수막만 걸어둔 채 현장 분향소를 폐쇄하고 완전 철수했다.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보이콧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예정대로 오전 10시10분쯤 공군2호기를 타고 출발해 전남 광주공항에 도착한 뒤 그곳에서 헬기를 타고 팽목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5월 4일 이후 11개월여만의 방문이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팽목항에서 박 대통령을 맞았다. 이들은 결국 희생자 가족을 만나지 못했고, 헌화와 분향도 못한 채 박 대통령이 정오를 전후해 현장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일정만 소화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급거 서울로 돌아와 청와대에서 오후 3시15분을 전후해 배석자 없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면담했다. 이 역시도 예정에 없던 일정이다.

박 대통령의 추모 일정이 완전히 꼬이면서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 일정도 계속 혼선을 빚었다. 오후 일정이 갑자기 추가되면서 중남미 순방 일정까지 엉키게 됐다. 당초 전남공항에서 오후 2~3시쯤 출국하기로 돼 있었던 일정이 오후 5시30분 서울공항 출국으로 갑자기 변경됐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순방을 수행하는 기자들이 오전 버스에 탑승해 청와대 춘추관을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상황도 벌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