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탈레반 준동 격화…‘춘계 대공세’ 대처 비상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달 들어 탈레반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군 등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이 지난해 말 아프간전 종료를 선언하고 지원업무만을 맡은 상황에서 아프간 군·경이 독자적으로 탈레반의 ‘춘계 대공세’를 막아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간 북동부 바다카샨 주 정부는 바다카 내 자름 지역에서 지난 10일부터 탈레반 반군 200여 명이 군 기지 등을 공격해 최소 22명의 군인과 경찰이 숨졌고 반군도 27명이 사망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신화통신은 파키스탄 의회의 하지 알마스 의원을 인용해 이 교전에서 아프간 군·경 6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 발표보다 피해가 훨씬 크다고 전했다.

수습된 아프간군 시신 가운데 일부는 참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프간군은 군용 차량과 무기도 탈레반에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근거지인 산악지대뿐 아니라 수도 카불 등 도시 지역에서 게릴라 공격도 잇따랐다.

카불에서는 이날 오전 차를 타고 가던 시민 2명이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남부 우르주간 주에서는 지난달 초 탈레반에 납치된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직원 5명이 10일 사살된 채 발견됐다. 또 9일에는 북부 발크주 주도 마자리 샤리프에서 탈레반 무장대원 4명이 법원단지를 공격해 검사 등 10명이 사망하고 66명이 부상했다.

잇따른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도 늘어났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은 올해 들어 3월까지 아프간에서 지상 교전 때문에 민간인 136명이 숨지고 385명이 다쳤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상자가 8%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프간 의회는 14일 긴급 국가 안보·국방 위원회를 열고 육군참모총장, 내무장관, 정보기관 수장을 모두 불러 현 안보 상황을 점검했다. 일부 의원은 이들이 현 안보 상황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군이 지난해 말 13년간의 아프간 전투임무를 종료하고 1만3000여 명의 교육·훈련·대테러 지원 인력만 잔류시키면서 현재 아프간 안보 책임은 35만 명 규모인 군·경이 맡고 있다. 미국 정부 기관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은 2013년 10월부터 1년간 아프간군 1300명이 사망하고 6200명이 다쳤으며 4만여 명이 군대를 떠났다고 지적하며 전투수행능력을 우려한 바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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