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찾은 경기도 안산시 고대안산병원 앞 길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꽃나무 사이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담은 노란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지난해 이맘때 이곳에서는 이 길을 따라 희생자들을 실은 차가 줄지어 들어왔다. 피지 못한 꽃들이었다. 바다 깊이 침몰했다 떠오른 학생들의 시신이 차례차례 이 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었다.
세월호 사고 1주기를 1주일 앞둔 이날 고대안산병원은 그간의 활동과 연구 경과를 점검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설립한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의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사고 생존자와 사망자·실종자 가족들을 치료했던 전문가들은 “재난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대안산병원이 펴낸 ‘4·16 세월호 침몰사고 백서’에 따르면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가 생존학생 38명의 스트레스지수를 측정했더니 사고 직후 평균 32점에서 한 달 후 21.5점으로 완화됐지만, 사고 6개월째에 접어들자 24.8점으로 다시 나빠졌다. 이는 사고의 충격이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고 이후 지난 2월까지 단원고 학생 74명, 일반인 생존자 10명 등 직접 피해자 84명이 고대안산병원에서 1014차례 진료를 받았다. 전체 진료건수 중 정신건강의학과가 81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유가족이나 단원고 교사 등 간접 피해자 192명도 655건의 진료를 받았고, 이중 336건이 정신과 진료였다.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정신과 질환 증상을 호소하며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도시 전체에 드리운 그림자도 아직 걷히지 않았다. 신철 호흡기내과 교수는 “희생자가 몰려 있는 와동·고잔1동·선부3동 등 ‘주요 3동’과 나머지 안산 지역, 기타 경기도 지역 주민들의 사고 전후 심리상태를 분석한 결과 주요 3동 주민들은 물론이고 비교적 거리가 멀리 떨어진 지역 주민들의 우울증과 스트레스, 불면증 지표도 확연히 올라갔다”며 “이들의 삶의 질 하락은 1년 가까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신체적 건강 수준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특별법조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조위는 “시행령이 세월호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 대한 조사를 가로막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제출할 것”라고 밝혔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세월호 인양은 꼭 해야 하고, 빨리해야 한다. 빨리 인양해서 특조위가 조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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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세월호 1주기 심포지엄] 세월호 관련 백서 발표… 세월호 특조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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