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차´ 외제차 구입해 다른 차 일부러 ˝쾅˝… 보험사기로 수억대 챙기다 딱

남모(46)씨의 본업은 택시운전이다. 밤엔 영업용 택시를, 낮엔 독일차 아우디를 몰았다. 아우디는 2007년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중고차매장에서 1000만원이 안 되는 돈을 주고 샀다. 거의 10년이 된 차였다. 말이 외제차지 외관만 보면 ‘똥차’였다. 부품도 낡을 대로 낡아서 장거리 주행을 했다가는 그대로 퍼져버릴 정도였다. 남씨는 이 차로 4년간 최소 2억7000만원을 벌었다. 그의 진술을 빌리자면 많게는 4억원쯤 벌었다.

놀라운 수완을 가능케 한 것은 ‘탁’ 치면 ‘억’소리가 나는 외제차 수리 보험금이었다. 남씨는 주로 출근시간대에 아우디를 몰고 나가 도로 한복판에서 다른 차들을 들이받았다. 자신의 차량 앞에서 조금이라도 차선을 넘어오는 차가 주로 표적이 됐다. 신호를 어긴 차도 남씨의 아우디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부분 우장산 일대 꺾어진 도로를 비롯한 강서구와 영등포구 등지에서 사고를 냈다. 그는 이쪽 지리에 훤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경기 부천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20년 넘게 인근 양천구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남씨는 운전과 사고처리에도 프로였다. 차가 망가지거나 사람이 다칠 정도의 사고는 내지 않았다. 차에 난 흠집들은 티도 안 날 만큼 경미했다. 닿았는지 모를 정도의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상대차 운전자가 보기에 남씨의 아우디는 원래가 만신창이였다. 그러나 남씨는 당당하고 능란하게 보험 처리를 요구했다. “렌트(차량대여)는 하지 않겠다. 병원에도 안 가겠다”며 100% 보상을 요구했다. 드러눕지 않겠다는데 거절할 사람은 없었다. 그냥 현금으로 해결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남씨가 추돌한 차량 운전자에게는 신호위반이든 차선위반이든 과실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씨가 일부러 낸 것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는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만 80차례가 넘었다. 보험사로부터는 미수선 수리비 명목으로 매번 수백만원씩 약 2억7000만원을 챙겼다. 미수선 수리비는 고장 차량을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가 “알아서 수리에 쓰라”며 주는 돈이다. 남씨가 이 돈을 아우디 수리에 쓴 건 5번이 안 된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와 경찰서에 접수되지 않은 사고도 굉장히 많다. 피의자도 기억을 못할 정도”라고 했다. 경찰이 통장 입금내역을 토대로 “4억원 정도 챙긴 것 아니냐”고 묻자 남씨는 “거의 그 정도”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렇게 번 돈으로 사채 빚을 갚으며 살았다. 경찰 확인결과 통장에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남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외제차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경찰은 전담팀을 가동키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앞으로 모든 외제차 교통사고에 대해 보험사기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손해보험협회와 외제차 사고이력, 보험금 수급사실 등을 공유하며 수사에 활용할 방침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험범죄 검거 건수는 외제차가 68건으로 국내차(10건)보다 많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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