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IMF에 9일까지 예정된 4만5000유로 갚기로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예정대로 9일(현지시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당장의 불확실성을 낮추기는 했으나 여전히 첩첩산중이라는 분석이다. 오는 14일까지 IMF 채무의 세 배가 넘는 규모의 또 다른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데다 추가 구제금융 협상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그리스가 9일까지 IMF에 채무 4억5000만 유로(약 5450억원)를 상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과 회동한 뒤 “그리스가 IMF 채무 상환 계획을 약속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바루파키스 장관과 의견을 나눈 결과 효율적인 협력이 모두의 이익이 된다는 데에 동의했고, 계속되는 불확실성이 그리스에 이롭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가 예정대로 채무를 상환키로 하면서 그간 제기됐던 IMF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줄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에 대한 모든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우리는 심층적인 개혁을 계획하고 있으며 협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이달 중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5720억원)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여전히 그리스의 개혁안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구제금융 지원을 유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는 14일 14억 유로(1조6729억원) 규모의 단기국채 상환 만기를 앞두고 있어 디폴트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가 유동성 문제로 이달 중순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8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것을 두고 “채권단에게 ‘EU로부터 독립된 그리스’를 보여주기 위한 반항의 표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러시아 방문을 통해 수확을 얻기보다 독일을 비롯한 EU의 불신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채권단과의 협상이 계획대로 진전되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올 여름까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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