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한 세월호 ‘IT’ 북콘서트
“원본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건조사 차원에서 데이터를 분석해야합니다.”
세월호 사고 학생들의 침수된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PC나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에 남아 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 기법으로 복원한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가 입을 열었다.
25일 열린 자신의 저서 ‘IT가 구한 세상’ 북콘서트에서다. 북콘서트 참석 인원은 서른명 내외. 서른평 내외의 장소 역시 친한 선배로부터 빌렸다. 김 교수를 도와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 세월호를 안타깝게 생각해 각 지역에서 찾아온 학부모 등이 자리를 찾았다.
“단원고 학생들의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부모들의 것과 같은 것을 발견할 때, 눈물이 나더라구요” 책의 펴낸이이자 김 교수의 부인인 김미선 한국 산업기술대학 강사가 눈시울을 붉혔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지난 5개월여의 작업, 그 작업을 심심히 털어놓는 자리였다.
지난했던 포렌식 작업
김 교수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지난 지난해 5월 안산에 세월호 포렌식센터를 세웠다. 아무도 선뜻 도우겠다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포렌식 업체가 아닌 이름을 밝히기 두려워하는 메모리 업체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복구했다. 현업에 있는 포렌식 전문가는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디지털 포렌식은 주로 검·경과 국정원, 국과수로부터 일을 수주 받는데 “국가기관을 믿지 못 하겠다”고 하는 세월호 유가족이 의뢰한 사건을 맡았다가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세월호에서 인양된 휴대폰은 공기 중에 방치된 탓에 거의 다 삭아서 전달됐다. 이곳서 데이터를 꺼내기 위해서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침수됐던 휴대폰에서 염분과 불순물을 제거하고 스마트폰 메모리 칩의 데이터를 복제해서 파일로 만드는 작업에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했다. 든 비용은 3억 이상. 봉사자들에게 약간의 사례비를 지원하였는데 그것은 전문가의 인력을 무료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김교수의 생각 때문이다. 그는 “옳은 일을 하는데도 최소한의 실비라도 지불되어야 그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 증거
세월호 내부 CC(폐쇄회로)TV 영상의 복구 작업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지난해 6월 22일 영상이 담긴 비디오저장장치가 바다 속에서 발견되자 검찰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광주지검에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러 갔다. 유가족들은 목포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한 상황. 결국 영장을 제시한 검사와 증거보전을 진행하는 판사가 대치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세월호에 설치된 CCTV는 모두 64대. 이들 데이터가 한대의 PC에 저장되고 있었다. 법원의 감정인 자격을 받은 김 교수를 명정보기술이 도와 이 PC의 하드디스크를 복구했다. CCTV 복구 작업은 유가족, 해경, 변호인, 감정인이 24시간 참관하는 상태에서 지난해 8월 18일에서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세월호의 업무용 노트북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 사항” 문건 역시 당시 발견됐다.
시간은 기다리지 않는다
김 교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복구된 데이터를 몇몇 곳에서 복제해 갖고 있지만, 디지털 정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사라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진상규명. 즉, 정확했던 사고 시간과 보고 체계 여부, 에어포켓 존재 유무, 사고 원인 규명의 결정적 증거 모두 이 디지털 자료에 담겨있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물리적 증거들은 바다 속에서 부식되고 있다.
복구된 데이터 중 카카오톡과 사진 등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돌아갔다. 김 교수는 이외의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데이터 조사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위’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때 책임 있는 단체서 오랜 시일에 걸려 해야 할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배 안의 어느 곳에서 어느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것은 디지털 기기의 몫이다.
당연히 해야 할, 하지만 요원한 작업
세월호 사고는 우리가 반성하고 배워야할 비극이다. 유가족만 천여명이 넘는다. 사람들의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이들 갈등의 골이 깊다보니 정작 필요한 진상규명은 요원하다. 진상규명은 그리 멀리 있고 손에 안 잡히는 ‘무언가’가 아닌 이런 디지털 자료의 분석에서부터 시작된다. 디지털에는 거짓말이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도 없다.
김 교수는 생계마저 제쳐둔 채 자원해 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합당한 보수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법률구조신청으로 받은 1000여만원의 실비 역시 책을 출판하는 데 사용했지만, 지난달 팔린 책은 고작 수십여권 안팎에 불과했다. 물론 돈을 원해 시작한 일은 아니다.
대규모 포렌식 작업 역시 민간에서 이뤄진 일은 전무후무하다. 국가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거의 모든 포렌식 업체와 디지털 포렌식으로 이름 난 대학들은 세월호 포렌식 작업을 마다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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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월호 1년… 디지털은 사람을 기다린다”
세월호 사고 1년, 아이들의 스마트폰은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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