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줄테니 나하고…” 우월적 지위 이용한 성범죄 4년새 2배 늘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최근 4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권력형 성범죄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폭력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5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근절 정책 심포지엄’에서 조희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각종 통계를 인용,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범죄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경찰 범죄 통계상 피고용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은 2010년 140건에서 지난해 283건으로 4년 사이 배가 증가했다. ‘보호·감독’ 관계를 이용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강제추행도 같은 기간 84건에서 164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경찰의 통계에서는 대학에서 실질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범죄 등의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워 실제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범죄는 이보다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성폭력 범죄의 암수(暗數) 범죄율이 87.5%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생하는 성범죄는 통계 수치보다 5∼6배 많은 셈이다.

아울러 직장 내 성폭력이 전체 성폭력에서 20.8%를 차지하고 이중 고용주와 상사로부터의 피해가 64.8%로 가장 많다는 통계도 있다.

조 국장은 이같이 학교, 직장, 스포츠계 등 교수·상사·지도자가 제자·부하직원·선수들에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는 학점·추천, 인사고과·승진, 경기출전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어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범죄는 피해자들이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피해가 장기간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

조 국장은 이에 따라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범죄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미국의 ‘클러리법’과 같이 국가기관, 학교, 사업장에서 통계관리·실태조사 및 공개와 재발방지 대책 등의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가해자가 조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독립적인 상담 및 피해자 보호기관을 설치하고 자체 조사·보호체계가 마련되기까지 외부의 수사·상담기관과의 적극적인 연계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찰은 다음달부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해 피해자들의 신고를 활성화하고 관련 수사도 엄격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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