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 사모의 힘

Է:2015-03-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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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쿡] 사모의 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영등포교회(임정석 목사)의 원로인 김승욱(77) 목사의 부인 서시전 사모가 69세를 일기로 별세하셨거든요. 참고로 영등포교회는 지난해 10월 103세로 별세한 고 방지일 목사가 시무했던 교회입니다. 그리고 방 목사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20년 동안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그를 보좌했던 분이 김 목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김 목사는 방 목사가 별세한 지 반년도 안돼 가장 가까운 사람 2명을 천국으로 먼저 보냈군요.

24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들르니 서 사모의 영정을 바라보는 김 목사의 눈빛은 뭐랄까요, 고마움과 미안함, 안타까움 같은 게 모두 담긴 듯 했습니다. 지난 15일이 결혼 45주년이었답니다.

서 사모는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 1기 졸업생입니다.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서울 명륜중앙교회 등에서 전도사로 섬겼습니다. 1970년 김 목사와 결혼을 한 뒤에는 김 목사의 목회를 묵묵히 내조하면서 보이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50년 넘게 영등포교회를 출석하고 있는 장순용(66) 장로는 “온화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미소로 기억되는 분이셨다. 잠언 31장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 같으신 분 같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서 사모의 장남인 김동성(44·WCC 디아코니아 국장) 목사는 “과묵하시면서도 주변을 살피시는 분”으로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인 김 목사뿐만 아니라 서 사모 역시 방 목사와의 관계가 남달랐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김 목사 이전에 방 목사의 ‘그림자’는 누구였을까요. 바로 서 사모였답니다. 그는 26개국에 달하는 방 목사의 해외사역에 동행하면서 궂은일을 마다않고 묵묵히 섬겼다고 합니다. 또 100권 넘게 남긴 방 목사의 저서 중에는 서 사모가 직접 교열을 본 문장과 단어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한국교회의 산 증인’ 방 목사의 사역의 역사 속에는 김 목사 뿐만 아니라 서 사모의 묵묵한 헌신이 스며있었던 겁니다.

문상을 마치고 나오면서 또 한 분의 사모가 떠올랐습니다.

3년 전 별세한 림인식(91·노량진교회 원로) 목사의 사모 최수복 권사였습니다. 그는 4대 목회자 집안의 내조자로, 5남매의 어머니로, 교회 권사로 섬기다 86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최 권사는 림 목사의 ‘아내’이면서 시아버지인 고 림재수 목사의 ‘며느리’로, 아들 림형석(평촌교회)·림형천(잠실교회) 목사의 ‘어머니’로 한평생 ‘목사님만 섬긴’ 분이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 권사를 35년 동안 ‘어머니’처럼 모셔온 강신원 노량진교회 원로목사는 “최 권사님은 한마디로 ‘1등 교인’이자 ‘특등 사모’의 삶을 살다 가신 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최 권사와 서 사모는 병원에서 가족과 작별했습니다. 짧게는 1년 넘게, 길게는 수년 동안 투병해왔기 때문입니다. 목회자인 남편과 자식과 교회와 성도를 섬기는 데만 신경 썼지, 정작 자신의 몸은 잘 돌보지 못한 ‘한국의 어머니’와 다를 바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이 땅의 많은 사모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렇게 부흥한 데는 이 땅의 목회자들의 헌신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헌신은 ‘사모의 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땅의 사모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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