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안함 생존장병들 고통 호소

Է:2015-03-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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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은 아니지요. 겉으로 지극히 정상적으로 살고 있지만 불안감과 죄책감이 5년이 흐른다고 사라지겠습니까?”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그 참혹한 사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삶은 그 시간에 멈춰서 있다.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2013년 전역해 복학한 A씨(26)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억지로 눌러놓았던 그 때의 공포와 ‘왜, 너는 살아 남았냐’고 힐난하는 듯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당시의 공포도, 또 현재 삶의 힘겨움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학에 재학중인 그는 겉으로는 조금 나이든 평범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해 잠을 자고 나서도 몸이 개운한 적이 별로 없다. 이상한 버릇도 생겼다. 버스를 타거나 배를 타면 저도 모르게 긴장된다.

‘버스가 뒤집히면 어쩌지’ ‘배가 가라앉으면…’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는 2009년 8월부터 천안함이 침몰한 2010년 3월 26일까지 천안함에서 근무했다.

A씨뿐 아니다. 병장으로 전역한 B씨(25)도 같은 상황이다. 그는 대학졸업 후 소규모 사업체에 취업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황이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 일은 하고 있다”며 “천안함에서 근무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그는 패잔병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것이 괴로웠다. 북한이 잠수함이 활동하기 어려운 서해안에서 어뢰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 군사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다른 나라 영해에 들어와 기습 공격을 한 북한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데 살아남은 이들이 도리어 죄인취급을 받는 것이 억울했다.

당시 무릎을 심하게 다친 C씨(29)는 지난해 7월 또 다시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무릎상처가 악화돼서다. C씨는 부상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그는 학업도 포기했고 직장생활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이같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

천안함재단과 대한민국호국보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천안함 생존자 가운데 75%가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수면 장애와 불안과 예민함, 짜증과 분노등 정서적 불안정성,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정서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존자들은 고통스런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봤지만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가족들에게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경우도 있어 가족들까지 고스란히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심각한 부상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3명외에는 제대로 된 상담치료도 받지 못했다. 임인수 호국보훈협회장은 “이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나섰던 이들”이라며 “국가와 국민은 이들의 명예를 회복해주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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