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잔에 음주단속 피해 도심 광란 질주… ‘제발 저렸던’ 강도 전과자

맥주 한잔에 ‘제발 저린’ 20대 전과자가 음주단속 피하려고 한밤 중 광란의 도주를 하다 경찰차를 들이받고 체포됐다.

음주측정 결과 이 남성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09%로 형사처벌기준인 0.050%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나 어이없게 만들었다.

17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체포된 남모(27)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남씨의 심야 광란의 질주는 지난 9일 일어났다.

여자친구를 태운 산타페 승용차를 몰던 남씨는 이날 오전 0시 57분쯤 강동구 둔촌동 양재대로를 막고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 앞에서 갑자기 유턴했다.

200m가량 떨어진 음주단속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임동훈(38) 경위는 즉각 사이렌을 켜고 순찰차를 몰아 남씨의 뒤를 쫓았다.

남씨는 단숨에 시속 100㎞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고 다른 차량을 잇따라 추월하며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벌였고, 3㎞가량 남씨의 뒤를 쫓던 임 경위는 성내동 강동구청역 인근에서 순찰차로 남씨의 예상 진로를 가로막았다.

위급함을 느낀 남씨는 임 경위의 순찰차 우측 옆면을 들이받았고, 이 여파로 임 경위는 목과 허리를 다쳤다. 하지만 남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재차 불법 유턴해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남씨를 뒤쫓기 시작한 임 경위는 강동구청 주변 일대를 10㎞가량 빙빙 돌며 끈질긴 추격전을 벌인 끝에 오전 1시 10분쯤 남씨의 차를 다시 순찰차로 막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순찰차 뒷범퍼를 강하게 들이받은 남씨는 도주를 포기하고 순순히 수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남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09%로 형사처벌기준인 0.050%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강도죄로 3년간 복역하고 나서 지난해 12월 출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남씨는 “죄송하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남씨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직후였기에 사소한 음주운전에도 지레 겁을 먹고 차를 돌려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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