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터질 듯한 드럼 연주에 저절로 심박수가 증가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심장이 약하거나 감성이 예민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한동안 멍한 상태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얼마 전 서울 여의도 CGV에서 영화를 관람한 조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몸 상태가 뭔가 짓눌린 듯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연주가 계속되면서 폭풍같은 리듬에 사로잡혀 기운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열정과 환상을 선사하는 영화다.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밥의 창시자’ 찰리 파커(일명 ‘버드’). 그를 전설적인 재즈 색소폰 연주자로 만든 것은 한 공연에서 드러머 조 존스가 던진 심벌즈였다. 그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조 존스의 행동으로 당시 모두의 웃음거리가 된 찰리 파커는 절치부심했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결국 1년 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최고의 연주를 선보였다.
영화 ‘위플래쉬’가 그렇다. 음악 명문 셰이퍼 음악 학교의 자랑인 ‘스튜디오 밴드’를 이끄는 플렛처 교수(J K 시몬스)는 제2의 찰리 파커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에게 조 존스의 심벌즈를 거침없이 날린다. 때로는 인격 모독에 가까운 욕설을, 때로는 진짜 의자를 던지지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인정받는 것이 곧 최고의 음악가로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폭군 같은 행동을 참고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버디 리치 같은 위대한 재즈 드러머가 되는 것이 꿈인 앤드루(마일즈 텔러)가 플렛처의 눈에 띄어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오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연습 첫날 웃으며 “재미있게 해봐”라던 플렛처는 앤드루가 박자를 제대로 못 맞춘다며 의자를 집어던지고 뺨을 때린다. “저능아가 어떻게 입학했지?”라는 욕설도 퍼붓는다. “죽도록 연습해”라는 말과 함께.
피나는 연습을 계속한 앤드루는 마침내 악보나 넘겨주던 보조에서 메인 드러머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인 드러머의 자리를 위협받자 앤드루의 열정은 점차 광기 어린 집착으로 변해간다. 꿈에 대한 열정이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분노로, 다시 이를 초월한 위대한 예술로 승화되는 모습을 그리며 러닝타임 내내 숨 쉴 틈 없이 몰아친다.
학창시절 경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위플래쉬’는 음악영화지만 전쟁영화나 갱스터 영화의 느낌이 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앤드루와 플렛처의 광기가 폭주하며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감독의 말대로 갱스터 영화로 치자면 플렛처는 악당이고, 앤드루는 착한 청년이다. 하지만 뜻밖의 반전은 갱스텅 영화의 묘미가 아닌가.
이 영화의 백미는 영화 후반 5분간 이어지는 앤드루의 신들린 드럼 연주다. 앤드루의 광기 어린 연주를 지켜보는 사람도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든다. 실제 드러머 출신인 마일즈 텔러는 대역 없이 모든 연주 장면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자유분방함을 기반으로 한 재즈 본연의 속성과는 달리 극중 재즈 밴드의 엄격한 합주가 곡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허락하지 않아 아쉽다.
기예에 가까운 앤드루의 드럼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오고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지만 재즈에서 맛볼 수 있는 변화무쌍한 매력과는 다른 것이다. 영화 제목인 ‘위플래쉬’는 재즈 작곡가이자 색소폰 연주자인 행크 래비가 작곡한 재즈곡의 제목이다.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완성된 독주 부분이 일품으로 꼽힌다. 단어의 원래 뜻은 선생이 학생에게 가하는 ‘채찍질’이다.
아끼던 제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하면서 밴드 단원들에게 제자가 생전에 남긴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며 눈물을 흘리다가도 박자를 제대로 맞추는 드러머를 찾겠다며 5시간가량 지독하게 연주를 시키며 폭군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플렛처를 연기한 J K 시몬스의 카리스마는 가히 폭발적이다.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영화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15세 관람가. 10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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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터질 듯한 드럼 연주로 열정과 환상 선사하는 음악영화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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