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색으로 우리 종이에 담은 '종이부인' 정종미 고려대 교수 20번째 개인전 4월12일까지

Է:2015-03-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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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색으로 우리 종이에 담은 '종이부인' 정종미 고려대 교수 20번째 개인전 4월12일까지
우리 색으로 우리 종이에 담은 '종이부인' 정종미 고려대 교수 20번째 개인전 4월12일까지
우리 색으로 우리 종이에 담은 '종이부인' 정종미 고려대 교수 20번째 개인전 4월12일까지
우리 색으로 우리 종이에 담은 '종이부인' 정종미 고려대 교수 20번째 개인전 4월12일까지
30년간 우리 색과 종이 연구에 몰두해온 정종미(58·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 작가는 2012년 고려대 색채연구소를 개설했다. 당시 국보 1호 숭례문의 단청이 훼손돼 파문이 일었을 때 우리 전통 안료의 맥이 끊겨 일본산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안료를 역시 손수 제작한 종이에 작업한 결과물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박물관에서 4월 12일까지 선보인다. 한지에 그린 ‘종이부인’으로 잘 알려진 그의 20번째 개인전이다.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이라는 타이틀로 작업해온 작품 80여점을 내놓았다. 자연의 색, 한국의 색에 대한 연구 성과를 펼쳐 보이는 회고전이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활기가 넘쳐 보였다. “자연에서 발췌한 우리 색이 없어요. 종이도 닥나무 껍질에 풀을 먹여 제대로 만든 걸 찾아보기 어렵고요. 그러니 우리 색과 종이에 그려내는 전통 회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지요. 이를 되살려 보여주는 전시예요.”

그는 3개 층 전시공간에 평생의 작업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자존심을 지킨 한국의 여성을 소재로 한 ‘역사속의 종이부인’, 고산 윤선도의 시조를 그림으로 재현한 ‘어부사시사’, 40m 길이의 대형 설치작품 ‘오색폭포’ 등을 내놓았다.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의 설립후원자였던 ‘명성왕후’ 작품도 볼 수 있다.

‘역사속의 종이부인’ 시리즈로 황진이, 허난설헌 등의 삶을 그린 작품도 걸렸다. ‘오색산수’ ‘미인도’ 등 ‘그녀’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은 너무나 엄청난데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것 같다”며 “안타깝고 가슴이 아파 그 영혼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종이부인’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을 작업 주제로 삼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자연과 비슷하고, 남을 포용하며, 마음을 열어주는 긍정적 사고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또 “어렸을 때 저를 돌봐주신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성장해서 그분이 위안부 할머니였다는 것을 알고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저의 어머니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통의 중앙에 선 모습을 자주 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보기에 종이는 남성보다는 여성에 가깝고 어울린다. 달빛에 젖은 대나무 그림자를 걸러주는 맛도 그렇고 무엇이든 싸고 덮어주는 맛도 그렇다. 두 공간을 가르면서도 은밀한 내통을 이뤄주고 참고 인내하며 포용하는 근성 또한 그러하다. 물과 만났을 때 나긋함과 강인함을 함께 지닌 것도 그렇고 말면 말리고 접으면 접히는 찢고 바르고 헤지는 모양새가 남성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이의 속성에서 여성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그대로 조형적 과정으로 끌어올렸다. 종이가 곧 여성이고 여성이 곧 종이인 경지로 이끌어 간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주장하고 있는 종이의 속성에서 느끼는 것은 어쩐지 여성 일반이기보다는 한국의 여인, 전형적인 인고의 우리 어머니상이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보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좋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보다 여주 부석사의 조사당 벽화가 훨씬 아름답다”는 얘기다.

평소 자투리 염색 천과 오래된 한지를 모아둔다는 작가는 “이런 조각들이 개개인의 삶을 대변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를 우리 색과 종이로 보여주는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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