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의 작가 황재형과 오치균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기억과 체험’ 전

Է:2015-03-08 00:31
:2015-03-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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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의 작가 황재형과 오치균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기억과 체험’ 전
탄광의 작가 황재형과 오치균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기억과 체험’ 전
탄광의 작가 황재형과 오치균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기억과 체험’ 전
탄광의 작가 황재형과 오치균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기억과 체험’ 전
황재형과 오치균. 두 작가는 비슷한 환경에서 작업했다. 강원도 태백 탄광촌이 두 작가의 작품 자양분의 고향이다. 가나문화재단은 ‘기억과 체험’이라는 주제로 황재형과 오치균의 전시를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연다.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 가나컬렉션전의 후속으로 가나문화재단의 소장품을 소개하기 위한 전시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현장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황재형, 오치균 두 작가의 작품세계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 특히 두 작가 모두 석탄이 주 연료로 사용되던 1980년대 치열하고 격렬한 사회의 상징이었던 강원도 사북의 풍경을 리얼리즘에 입각하여 담아낸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재형이 탄광촌이라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두터운 질감과 변형 캔버스 등을 통해 재현을 넘어 보다 물리적 사실성에 다가가려는 리얼리즘적 자세를 드러낸다면, 오치균은 개인적인 기억과 체험을 바탕으로 보다 심리적인 인상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기억과 체험’ 전은 한국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리얼리스트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치균과 황재형,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개인의 주관, 내면의 세계뿐 아니라 집단, 사회의 문화적 기억과 경험 등을 다루는 시선의 온도 차이를 비교, 제시한다.

우리 시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면의 진정성을 사실적이고 깊이 있는 화면으로 표현해 온 작가 황재형의 작품을 통해 '기억과 체험'을 제시한다. 황재형(1952~)은 1982년 중앙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리얼리즘의 심화라는 입장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는 황지탄광에서 갱도 매몰 사고로 사망한 어느 광부의 작업복을 그린 '황지330'로 중앙미술대전에 입선하며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이후 1983년 돌연 태백으로 내려간 이후 줄곧 태백 탄광촌과 지역 사람들의 삶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기층민의 삶에 대한 연민, 소박하지만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냉철하게 직시하여 재현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탄광촌의 거칠고 암울한 풍경 속에서 가난하지만 건강한 노동의 삶을 담았던 황재형의 작품에는 헤드 랜턴을 낀 채 갱도 내에서 도시락을 먹는 광부의 모습(식사 Ⅱ, 1985)이나 새벽녘 출근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의 뒷모습(기다리는 사람들, 1990), 검게 그을린 얼굴과 대조되어 흰 목이 돋보이는 광부의 초상(광부초상, 2002)처럼 탄광촌의 풍경과 작업의 모습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2000년 이후의 근작에는 광부나 탄광촌 인물들의 모습보다는 그들이 살고 있는 산촌 마을이나 태백의 골목 사이 풍경과 같은 정황들이 더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이면에는 탄광이 문을 닫고 카지노와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마을의 모습은 변화했기 때문이다.

심정을 드러내는 추상적인 명사들이 작품의 제목으로 자주 등장하는가 하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 강원도 산과 산골 마을의 풍광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과 차분한 서정성 또한 담겨 있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자신을 버리고 현실과 대결하면서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면, 근작들에서는 그 치열함 대신에 사물을 조용히 관조하는 원숙한 시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막장 인생이라 비하하는 탄광촌 사람들의 일상을 사실주의적 화풍으로 그린 그의 작업은 물감에 흙과 석탄 들을 섞은 혼합재료가 사용되며, 이는 작품에 사실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작가는 현실을 직시하는 사회비판적인 태도를 넘어 온정을 갖고 그들을 직시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단순히 묘사된 풍경 이상의 깊은 사색을 느끼게 한다.

“살고 있는 광부의 집이 바로 광부의 모습이고 표정이듯이 무심한 사물 하나하나의 존재감이 때론 상충하고 때론 흡수되면서 내게 다가온다. 화면 앞에서 나는 마치 삶의 현장처럼 더욱 더, 일부러 구도부터 깨뜨려 어긋나게 하고, 색채도 터치도 반발시켜 끝내는 그것들이 부스러지고 깨지면서 생성된 내재된 힘으로 생명력을 발산시킨다.”

화려하지만 황량한 대도시 뉴욕과 서울, 사북의 검은 풍경, 강렬한 태양의 산타페(Sata Fe)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오치균(1956~)은 사적인 기억과 체험으로 새겨진 감성적이면서도 심상적인 풍경의 세계를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루클린 컬리지 대학원을 수료한 그는 뉴욕 핀다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C&A 갤러리와 BACA 다운타운 갤러리, 마리사 델 레 화랑 등 미국에서 수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1년까지 가난하고 외로웠던 뉴욕 유학시절의 삶이 녹아있는 '인체' 시리즈를 비롯하여, 귀국 후 간간히 방문했던 뉴욕의 풍경을 기록한 작품들과 강원도 사북의 풍경을 담은 작품까지 총 15점을 선보인다.

그는 유학시절 당시 소통과 단절, 인간에 대한 불신과 미움으로 “벌거벗은 자신이라도 그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절박감”으로 그 힘겨운 순간들을 캔버스에 쏟아 부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어두운 방에서 옷을 벗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으로 처절했던 자신의 삶을 표현했던 인체시리즈는 일종의 심리적인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 시리즈는 높게 치솟은 마천루의 스카이라인과 더불어 위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구도와 복잡한 도심 한 가운데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시선 등을 통해 재현된 회색 빛 거대 도시에 대한 실존적이며 감정적인 기록화들이다. 이와 유사하게 '사북' 시리즈에서는 사북의 골목길과 계단, 그리고 텅 빈 마을의 모습을 음산하게 밀려오는 어두움과 침묵으로 표현하였다.

오치균의 작품은 그만의 독특한 질감효과로 인해 콘크리트나 흙과 같이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실제 표면을 그대로 담아낸 듯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세심하게 표현된 화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다소 일렁거리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무언(無言)의 캔버스를 떠나 마침내 일종의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신화에 접근하게 한다.

“나는 사물과 주변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모호하게 하려는 의도조차 없다. 형태는 스며 나오거나 배어 나온다. 현실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과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나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변용한다.”

입장료 성인 3000원, 학생 및 65세 이상 2000원,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02-720-1054).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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