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외교사절을 겨냥한 사상초유의 테러 사건이 벌어지면서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청정국’이 아님을 보여줬다. 진보·보수 간 대립이 극단주의적 형태로 표출되면서 ‘이념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는 1980년대부터 민족주의 운동에 투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여년간 활동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등 궁지에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회가 보수화되면서 자신의 생각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이 같은 선택을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자신이 사회에서 대접을 못 받아 억울하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며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서구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와도 일정 부분 유사성이 나타난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총격 사건, 호주 카페 인질극 사건 등의 경우, 대부분 현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이민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는 사회 분위기와 경제적 빈곤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차이점은 그 배경이다.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종교가 아닌 이념 대립이 극단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유럽에서도 동·서 냉전이 극심하던 시절 독일의 ‘바더 마인호프 그룹’,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 등 테러집단이 기승을 부렸지만 소련 붕괴 이후 대부분 사라졌다. 반면 한국에서는 분단이 70년 동안 이어지면서 누적된 갈등이 테러로 분출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의 유산인 이념 갈등이 비교적 최근 경향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 교수는 “한국에서 종교는 상당히 온건한 경향을 보이지만 이념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북한에 대해 통일이나 인권 등 문제를 둘러싸고 진보·보수의 구분을 넘어 극좌·극우 대립으로 번질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의 생각을 치명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극단주의가 자생한다”고 지적했다.
그 단초는 벌써 여러 차례 나타났다. 해방정국을 어지럽힌 백색테러집단을 계승했다는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지난해 9월 등장해 세월호 노란리본을 철거하는 직접 행동을 시도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고교생 회원이 ‘종북 세력을 응징하겠다’며 진보성향 인사가 주최한 행사에 찾아가 폭발물 소동을 일으켰다.
곽 교수는 “어느 사회나 극단주의 성향의 외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조기에 파악해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게 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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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념적 좌절에 경제적 빈곤까지 극단주의 성향… ‘이념 테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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