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정의신(58). 재일교포로 지난 2008년 직접 쓰고 연출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이 크게 사랑받으며 국내에서도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일을 오가며 연극은 물론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재주꾼이다. 2009년 재일 한국인 최초로 일본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약자 이야기를 유쾌하게 풍자해내는 그의 작품 세계엔 마니아층도 따른다.
그가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연출한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동명 작품을 직접 각색했다. 정의신은 2일 해오름극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판소리에는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한국인으로 그 무언가를 얻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양 작품에 한국의 판소리를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던 그는 직접 국립창극단에 연출을 제안했을 만큼 이번 작품을 향한 열의가 높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전쟁통에 친자식을 버리고 도망쳤다가 아이의 유산을 노리고 다시 돌아오려는 영주 부인 나텔라와 아이를 정성스레 길러온 하녀 그루셰의 양육권 재판을 담은 작품이다. 재판관 아츠닥이 하얀색 분필(백묵)로 원을 그리고 아이를 안에 세워놓은 뒤 양쪽에 선 두 여인에게 잡아끌게 해 아이가 다칠까 손을 놓아버린 여인을 진짜 엄마라고 판결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정의신은 “브레히트의 원작과 흐름은 같지만 결말은 다르게 꾸몄다”며 “궁극적으로 비극일지라도 요소요소에 웃을 수 있는 부분을 넣으려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희비극을 아우르며 생동감을 불어 넣는 특유의 연출력이 풍자를 골자로 한 창극 장르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작품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 하고 싶다”며 “모두가 주인공인 집단극으로 꾸민다. 평범한 인물 하나하나가 모여 화합을 이루는 장면을 기대해 달라”고 소개했다. 정의신은 주인공 그루셰와 약혼자 시몬 등 주요 역할에 창극단 입단 8개월 차인 인턴단원 조유아(28), 최용석(26) 등을 발탁했다.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내부에서도 고무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창극이지만 서양 클래식 악기부터 국악기, 전자 악기까지 골고루 사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곡을 맡은 김성국 음악감독은 “전통적 가창에 실험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한 ‘비빔밥 같은’ 음악을 들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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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정의신,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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