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간통죄 처벌 규정은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2건의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15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해 이 같은 결정을 선고했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들 재판관은 "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고 있는 가운데 간통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다"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비난 정도를 보면, 간통죄는 형사 정책상 예방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며 "오히려 잘못이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수 재판관은 별도 위헌 의견에서 "미혼의 상간자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며 "모든 간통 행위자와 상간자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 간통죄는 위헌"이라고 밝혔다.
강일원 재판관도 별도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를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죄질이 다른 수많은 간통 행위를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 규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 결정으로 형법 241조는 즉시 효력을 잃었다. 헌재법에 따라 종전 합헌 결정이 선고된 다음 날인 2008년 10월 31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을 확정받은 5000여명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형법 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그와 간통을 한 제3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정해 양형이 센 편이다.
1953년 간통죄가 제정된 이후 그동안 존치론과 폐지론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일처주의 유지, 가족제도 보장, 여성 보호 등은 간통죄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들이다.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위해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헌재는 1990∼2008년 4차례 헌법재판에서 간통죄를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 견해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선 "간통법은 있어야 한다. 가정에 책임을 다하려면"이라는 간통죄 존속을 지지하는 의견과 "간통법은 진작에 없어져야 할 법이었다"며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들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 [간통죄 폐지] 헌재 재판관 7명 간통죄 위헌…2명 합헌
▶ [간통죄 폐지] 간통하다 걸린 5400여명 구제될 듯...재심, 형사 보상 청구 가능
▶ [간통죄 폐지] 재판 중 피고인들 어떻게 될까… 위자료 액수 늘어날지 주목
▶ [간통죄 폐지] 배우자가 부정행위 저지르면 어떡하죠?
▶ [간통죄 폐지] 콘돔주 폭등 “품절 사태 오나?” 간통죄 위헌 결정 직후
▶ [간통죄 폐지] 25년간 다섯 차례 심판 거쳐 ‘폐지 결정’ 도출
▶ [간통죄 폐지] 불륜 현장 못 덮쳐… 우리네 삶에서 ‘간통죄 폐지’란?
▶ [간통죄 폐지] 간통죄 물의 스타들 옥소리, 탁재훈, 김주하 전남편 "어찌될까"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간통죄 폐지] 헌재 재판관 7명 간통죄 위헌…2명 합헌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