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최악의 ‘겨울 황사’가 덮친 23일 전국이 기침 소리로 가득 찼다. 약국마다 황사 마스크는 동이 났고, 병원은 호흡기 질환 환자로 붐볐다. 어린이집은 모든 야외 활동을 중단하고 창문을 겹겹이 닫았다.
◇한반도 습격한 겨울 황사=“효과 제일 좋은 마스크로 주세요.”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는 직장인 전모(26·여)씨는 오전 9시 황사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에 들어섰다. 이미 손님 5명이 마스크를 고르고 있었다. 전씨가 나올 때쯤 2명이 더 들어와 마스크를 찾았다.
전씨는 채 10분도 안돼 인근 이비인후과를 찾았지만 벌써 4명이나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서 콜록대는 소리가 들렸다. 의사는 “비염이 심하고 기관지가 약한 환자는 황사, 미세먼지에 취약하다”면서 “되도록 외출을 삼가라”고 당부했다. 진료를 받고 나오니 대기석이 꽉 차 있었다.
거리는 하루 종일 ‘마스크 부대’로 북적였다. 횡단보도에는 곳곳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먼지를 막기 위해 목도리로 입을 막은 사람부터 두툼한 마스크를 낀 사람까지 황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미세먼지는 아이들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오전 10시 서울 금천구의 한 구립 어린이집에는 단 한 명의 아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당 인조잔디엔 뿌연 먼지가 쌓여 있었다. 창문은 굳게 닫혔고 아이들은 실내에서 놀았다. 보육교사 김모(25·여)씨는 “아이들 20명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어린이집에 왔다”며 “3명이 기침 증상을 보여 바로 병원에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기청정기를 최대로 틀었지만 여전히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4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1044㎍/㎥까지 치솟았다. ‘겨울 황사’로는 963㎍/㎥까지 올랐던 2009년 12월 25일 이후 최대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황사경보가 내려졌고 그 외 전국 대부분 지역에도 황사주의보가 발령됐다. 황사경보는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시간 이상 800㎍/㎥ 이상, 황사주의보는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시간 이상 400㎍/㎥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최악의 겨울 황사, 왜?=황사는 발원지의 기상 상태와 강한 저기압, 바람, 고기압 등 4가지 조건이 맞을 때 발생한다. 이번 황사의 직접 원인은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내몽골 고원, 북동부 지역의 빈약한 강수량이다. 이 지역의 최근 일주일 강수량은 1㎜에 그쳤다.
여기에 저기압으로 가벼워진 공기가 발원지의 흙먼지를 지상 2.5㎞ 이상 공중에 띄웠고, 강한 북서풍이 이를 한반도까지 밀어냈다. 우리나라 상공에 있던 고기압이 이 흙먼지를 아래로 끌어내리면서 이례적인 겨울 황사가 발생했다.
황사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나쁨’(일평균 81~150㎍/㎥)일 때 천식 등 호흡기 및 심질환자는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한다. 이날처럼 ‘매우 나쁨’(일평균 151㎍/㎥ 이상)일 때는 일반인에게도 같은 권고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할 때 황사용 마스크나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수분을 섭취하고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쓰는 것이 낫다. 얼굴을 자주 씻고 흐르는 물에 코를 자주 세척해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황사 대비에 도움이 된다. 섬유질이 많은 과일과 채소로 장 운동을 활성화 시키면 체내에 들어온 황사나 미세먼지 속 중금속이 쉽게 배출된다.
기상청은 올 봄 황사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주변에서 남동·남서풍이 주로 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달 초 황사가 예상되긴 하지만 이후 남풍의 영향으로 한반도까지 오지 않고 중국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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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뒤덮은 겨울황사 왜, 올 봄 황사 공습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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