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걸어서 고향가란 말이냐?"… 중국 농민공, 설에도 임금 못 받아 울상

중국 농민공들이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임금 체불에 시달리고 있으며, 농민공 일부는 걸어서 고향을 찾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16일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에 따르면 지난주 말 윈난(雲南)성 다리(大理)시 하이둥(海東) 산간도시 개발현장에서 일하는 농민공 수 십명은 귀성 차표를 구하지 못해 걸어서 고향을 향해 출발했다.

이들의 고향은 윈난성과 인접해 있는 쓰촨(四川)성의 멘양(綿陽)과 광위안(廣元) 등으로 일터에서는 1000㎞ 이상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이동해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다.

이들 농민공은 돈을 벌려고 공사 현장을 찾아 1년 남짓 일을 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임금이 밀리면서 차표를 구할 돈조차 없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인터넷을 타고 알려지자 이들 농민공이 일하던 공사 현장 관리위원회가 해명에 나서긴 했으나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관리위원회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시공사 측과 하청기업 사이에 공사대금, 자재비, 인건비 등을 놓고 분규가 발생해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으나 양측이 아직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리시 정부도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신속하게 지불하도록 지도하고 농민공에 대한 밀린 임금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농민공들이 이처럼 춘제를 앞두고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경우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후난(湖南)성 정부가 지난해 말 농민공에 대한 임금지불 실태를 조사한 결과, 341개 사업장에서 임금 체불로 인해 9만여 명의 농민공이 2억6000만 위안(약 450억원)의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중국 신화망(新華網)이 전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여 년에 걸쳐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농민공들도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말썽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각급 지방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예방과 원만한 해결을 위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신화망은 덧붙였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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