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스타트 부진한 성적 이승훈 "해외 선수들 집중견제 뚫지 못했다"

“집중 견제한 다른 나라 선수들의 ‘팀 스케이팅’을 헤쳐나오지 못한 게 패인입니다.”

　16일 오전(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끝난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12위에 그친 이승훈(27·대한항공)이 메달권 진입 실패의 원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이다 보니 다른 선수들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됐고, 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4-2015시즌 처음으로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는 선수들 전원이 동시에 출발해 최종 순위 1·2·3위에 각각 60점·40점·20점을, 중간 순위 1·2·3위에겐 각각 5점·3점·1점씩을 부과해 전체 총점으로 승부를 가린다. 이승훈은 올 시즌 치러진 5차례의 월드컵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과 은·동메달을 1개씩 차지하며 이 종목의 최강자로 꼽혀 왔지만, 집중 견제 때문에 초대 세계선수권자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이승훈은 “원래 잘 타는 네덜란드 선수뿐 아니라 프랑스, 라트비아, 벨기에, 독일 선수들이 모두 ‘팀 스케이팅’을 한다”며 “앞에 치고 나가는 선수들을 놓치지만 않고 쫓아간다면 승부를 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견제 때문에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승훈은 이날 경기에서 요리트 베르흐스마(29·네덜란드) 등에게 팔꿈치 등으로 방해를 받으며 앞으로 나갈 타이밍을 몇 차례 놓쳤다.

　서로 다른 국가 소속임에도 ‘이승훈 견제’를 위한 공동전선이 이뤄지는 것은 매스스타트 출전 선수들이 대부분 네덜란드 등지의 같은 클럽팀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다들 같은 팀에서 뛰며 친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국적을 넘어 뭉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우군이라고는 김철민(23·한국체대) 밖에 없는 이승훈은 이들의 ‘인해전술’ 견제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이승훈은 “(김)철민이나 나 둘 중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나쁘면 정말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것도 대부분 종이 한 장 차이 승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유력한 이 종목에서 이승훈은 앞으로 다른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어떻게 뚫어내느냐를 숙제로 안게 됐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일단 강해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에 돌아가면 선수들의 집중견제를 피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헤이렌베인=공동취재단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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