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10일은 정회가 거듭되며 파행으로 얼룩졌다. 야당은 시작부터 언론 외압 문제를 필두로 본인과 차남의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대학 채용 특혜 등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을 꺼내들고 압박작전을 펼쳤다. 여당은 이 후보자의 도지사 경력과 가족의 기부금 납부 내역 등을 공개하며 국정운영 능력과 높은 도덕성을 노출하는 데 공을 들였다.
창과 방패의 격돌은 언론 외압 의혹이 불거졌던 식사자리 녹음파일 공개 문제로 절정에 달했다.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보다 여야 공방으로 흘러갔고, 정회·속개가 반복됐다. 이 후보자는 하루에만 “불찰이다” “죄송하다” “잘못했다”며 수십여 차례 사과하고 한껏 몸을 낮췄다.
◇물 만난 야당=야당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꼬집으며 문제의 식사자리 발언을 낱낱이 공개했다. 김경협 의원은 “충남도지사 시절인 2007년에 대전KBS 토론프로그램의 패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파행시켰고, 2009년에도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하는 패널을 문제 삼으며 대전방송 토론프로그램을 파행시켰다”고 과거 사례를 폭로했다. 김 의원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평소 언론관을 알 수 있다”며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라고 추궁했다.
도덕성 문제도 집중 거론했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이 후보자의 거짓 해명을 물고 늘어졌고, 유성엽 의원은 이 후보자와 차남이 여러 차례 신체검사 재검을 요청한 것을 두고 “어떻게든 군대를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려고 그런 과정을 거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은 질의 시간이 끝나면 다음 순서의 의원이 앞 의원 질의를 이어받아 계속 공격하는 등 집요하게 이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의 국정철학이나 정책비전을 묻는 질문은 없었다.
◇방어전 펼친 여당=새누리당은 이 후보자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김도읍 의원은 “총리 후보자들이 청문회장에서 말 한번 하지 못하고 낙마하는 무거운 상황”이라며 “상당히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눌렀으리라 본다”고 위로했다. 언론 외압이나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등 야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줬다. 박덕흠 의원은 이 후보자가 원내대표 시절 일명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며 “언론관이 오해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영석 의원은 “후보자는 40년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건의 부정·비리가 없었다”며 “깨끗하고 청렴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장우 의원은 충남도지사 시절 태안 기름유출 사고 수습을 하느라 빙모상을 챙기지 못한 사실과 이 후보자와 가족이 1년간 여러 사회단체에 모두 1200만원 상당을 기부한 사실을 언급했다.
◇낮은 자세 후보자=여야는 언론외압 파문 원인이 된 녹음 파일 공개를 둘러싸고 하루 종일 부딪혔다. 인사청문회는 녹음파일 공개여부로 다툼이 벌어지다 한 차례 정회됐고, 야당이 오후 기자회견장에서 이를 공개하자 ‘짜깁기’ 논쟁이 벌어지면서 재차 정회됐다. 불꽃 튄 싸움에 끼인 이 후보자는 낮은 자세로 일관하며 연신 사과를 거듭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 외압 문제에 대해 “기자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을 리가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선 “(당시) 대단히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현재 제 마음가짐이나 기억 상태가 조금 정상적이지 못하다”며 “그 일로 수일째 수면을 취하지 못해 기억이 정확하지 못하다. 착오나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녹음 파일 공개 뒤에는 “과장됐거나 흥분된 상태에서 말을 올렸다. 용서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쳐다보며 양해를 구했고, 답변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굽혀 절하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긴장한 표정이었다. 답변 도중 가끔 미소를 보였지만 착잡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났다. 답답한 듯 눈을 감거나 굳은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이 후보자는 병역 등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정문헌 의원이 혈액암 투병 사실을 묻자 감정을 추스르느라 입을 앙다물었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당시 유서까지 써놓았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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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따지고 든 ‘검증’-국정 철학 질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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