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멸종위기 새 사냥을 허용하는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돈 앞에서 불법을 용인한 ‘굴욕외교’에 다름 아니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지난해 사우디로부터 15억 달러(1조6400억원)의 원조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정부는 사우디 왕가가 사냥을 위해서라도 자국에 머무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태도이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은 이를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우디 타부크 주지사인 파흐드 빈 술탄 빈 압둘아지즈 왕자는 지난 4일(파키스탄 시간)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 주 달반딘에 도착해 연방 기획부 장관과 주 문화부 장관 등의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파키스탄 여론은 파흐드 왕자의 방문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그가 지난해 초 파키스탄에 21일간 머물며 멸종위기종인 들칠면조(느시)의 일종인 방울깃작은느시(Houbar Bustard) 2100마리를 사냥한 것이 현지 언론을 통해 널리 보도됐기 때문이다. 애초 허가는 최대 100마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발루치스탄 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외국인에게 부여된 사냥 허가를 모두 취소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파흐드 왕자의 이번 방문 목적이 현지 개발 사업 현황을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언론은 그가 사냥을 위해 다시 파키스탄을 찾은 것이라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의 방문에 앞서 선발대가 새 사냥에 쓸 매와 사냥 장비를 가지고 파키스탄에 들어왔으며 이미 발루치스탄 주 차가이 사막 지역에 사냥 캠프를 차렸다고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은 7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또한 그의 방문에 앞서 일괄적인 사냥 허가 취소 결정은 위법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 정부가 파흐드 왕자에게 특별 사냥 허가를 이미 발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방울깃작은느시의 고기는 아랍 지역에서 최음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나 쿠웨이트 등의 왕가는 오래전부터 매를 이용한 방울깃작은느시 사냥을 즐겼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파키스탄 여성 칼럼니스트 굴 부카리는 8일 현지 일간 ‘네이션' 기고문에서 “국가가 유린당했다”며 “정부가 스스로 해야 할 학교나 급수 시설 건설을 하지 않고 사우디 왕가의 도움을 받는 대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르베즈 후드보이 라호르경영과학대학 교수는 “명백히 법률을 위반한 파흐드 왕자를 정부가 나서서 환대한 것은 아랍 부호에 대한 노예 근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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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서 사우디 왕자 멸종위기 새 사냥 허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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