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못지않은 EPL 성공신화 써 가는 기성용

상대의 견고한 수비벽을 허물어 버린 멋진 다이빙 헤딩슛. 기성용(26)은 과연 스완지시티의 ‘키맨’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기성용의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즌 4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대로라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박지성(34·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못지않은 성공 신화를 쓸 것으로 기대된다.

기성용은 8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웨일즈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선덜랜드와의 2014-2015시즌 EPL 24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21분 동점골을 넣었다. 지난해 12월 21일 헐시티와의 17라운드 이후 7경기 만이다. 공격 포인트는 퀸스파크레인저스와의 20라운드에서 기록한 도움 하나를 포함해 5개째다. 스완지시티는 기성용의 동점골에 힘입어 경기를 비기며 승점 34점(9승7무8패)으로 9위를 유지했다.

이날 기성용의 선발 출전은 의외였다. 기성용은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치른 6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그중 5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풀타임 5경기 가운데 준결승과 결승전은 120분 연장 승부였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소속팀에 합류한 기성용은 선덜랜드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게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은 기성용을 선발로 내세웠다. 기성용이 없는 동안 6경기(FA컵 2경기 포함)에서 2승2무2패에 그쳤던 탓이다. 몽크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패스 마스터’ 기성용이 필요했다. 모험은 통했다. 기성용은 카일 노턴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다이빙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기성용이 헤딩슛으로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3월 리버풀전 이후 11개월 만이었다.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는 박지성이었다.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클럽 맨유에서 7시즌 동안 활약하며 205경기에 출전, 총 27골을 기록했다. 박지성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지난해 5월 은퇴한 후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그는 최근 공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이 시즌 4호 골을 터뜨린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박지성 못지않은 기록이다. 박지성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우글대는 맨유에서 끊임없이 주전 경쟁을 벌이는 신세였지만,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의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기성용은 선덜랜드전이 끝난 뒤 구단 자체 방송국인 스완지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고 피곤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 팀의 순위를 끌어올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팀을 오래 떠나 있어서 그동안 구단에 미안했고, 빨리 복귀하고 싶었다. 오늘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승점 3을 따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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