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후보자의 승부수, 병역면제 의혹 차남 공개검증...부동산 등 투기 의혹 불끄기 의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병역면제 의혹이 불거진 차남을 대중 앞에 세워 ‘공개 검증’하는 초강수를 뒀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후보자는 “비정한 아버지가 됐다”고 비통해했지만 당장 토지·부동산 투기 의혹에 쏠린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차남의 병역 의혹은 후보자 지명 직후 불거진 뒤 수차례 해명을 통해 잠잠해진 사안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당초 MRI(자기공명영상) 검증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현장에서 X선 촬영을 실시하는 등 혼란을 자초했다.

◇긁어 부스럼 만든 공개검증=이 후보자 차남(34)은 29일 서울대병원 대한의원 건물 1층에 마련된 브리핑룸에 섰다. 그는 “대한민국 남자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차남은 2004년 10월 미국 유학시절 축구시합 도중에 무릎을 다쳐 인대가 완전 파열됐다. 이듬해 12월 재건술을 받은 뒤 4차 징병 신체검사에서 5급(면제) 판정을 받아 병역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샀다. 차남은 2005년 2월과 7월, 각각 미국 미시건대와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촬영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기록을 제출했다.

서울대 정형외과 이명철 교수는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의 전형적인 양상”이라고 확인했다. 이어 “인대 파열로 종아리 뼈가 허벅다리 뼈에 비해 앞으로 전이돼 있어 무릎이 불안정하다”고 설명했다. 차남이 부상 이후 징병 신체검사에선 4급(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가 재건술 후 오히려 5급(면제)을 받은 데 대해선 “수술을 안 받아 장애가 있는 상태가 우선 면제가 돼야 하는데, 현재 규정이 좀 불합리하지 않은가에 대해선 우리끼리도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공개 검증은 차남의 현장 X선 촬영 사진이 공개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사회지도층병역비리국민감시단 측은 “당초 약속한 대로 MRI 촬영을 해야 한다”고 반발했고 부랴부랴 재촬영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총리실 관계자들은 “X선 촬영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다른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고 밝혔다가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이 교수는 “인대 재건술을 했는지 여부는 X선 촬영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다만 인대와 관절, 연골의 상태를 보려면 MRI 촬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측 인사는 “병역면제 의혹이 불거졌을 때 공개 검증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숨길 것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한 것”이라며 “해명할수록 논란이 커지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야당이 검증의 칼날을 부동산 투기 의혹에 집중 겨누겠다고 예고한 만큼, 공개 검증이라는 승부수가 어느 정도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이 후보자는 오전 9시 10분쯤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공직에 가기 위해 비정한 아버지가 됐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아직 장가도 안 간 자식의 신체 부위를 공개하면서까지….”라고 언급할 때는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10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청문회 준비단 “타워팰리스 보도 법적대응 검토”=청문회 준비단은 이 후보자가 2003년 서울 강남구의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를 구입한 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였고, 매매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준비단은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은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2월의 재산신고는 전년도 변동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금과 중도금(6억2000만원)만 기입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아파트를 매각한 다음 양도소득세로 9736만원을 납부했다고 매각 후 5년간 30억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003년 1월 11억7980만원에 산 아파트가 그해 10월 16억4000만원으로 올랐고 취득세·등록세·양도소득세를 제하고도 3억원 이상의 차익이 있었던 만큼 투기 의혹은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