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르단과 여성 테러리스트 석방 협의 착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 1명을 살해한 뒤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나머지 1명이라도 구출하기 위해 IS가 새 조건으로 내건 테러범 석방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요르단 정부와 접촉했다. 이런 가운데 남은 인질 고토 겐지(47)의 석방을 촉구하는 ‘나는 겐지지다’라는 구호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IS가 남은 인질인 고토 겐지를 요르단에 억류 중인 테러범과 교환하자고 제시함에 따라, 협상의 열쇠는 요르단 정부로 넘어갔다.

다만 요르단 정부는 인질 교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NHK의 취재에 응한 요르단 친정부 성향 의원이 “IS의 요구 뒤에 뭔가 숨겨져 있지 않나 우선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요르단 내에서는 IS가 내민 제안의 진의 파악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요르단 국민 사이에서 ‘테러범을 풀어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데다, 정부 또한 해당 사형수를 IS에 붙잡힌 요르단군 조종사와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고토가 먼저 풀려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현지대책본부를 지휘하는 나카야마 야스히데 외무부대신은 “요르단 정부에 리샤위의 석방을 요구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보류하겠다”고만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에 “몸값 지불을 해선 안 된다”고 전했던 미국은 인질 교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동을 방문 중인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인질 교환에 대한 결정은 일본 몫”이라면서도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 게 미국의 정책이다. 몸값 지불도 포로 맞교환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IS는 25일(현지시간) 자체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인 인질 2명 중 한 명인 유카와 하루나(42)를 살해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공개한 인질 살해 영상에서 IS는 2005년 요르단 폭탄테러 주동자 중 한 명인 여성 테러범 사지다 알 리샤위(44)와 고토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리샤위는 요르단 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일본 정부는 요르단 암만의 일본대사관에 설치된 현지대책본부를 통해 요르단 정부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고토를 석방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고토의 지인이자 뉴욕에서 영상 프로듀서로 일하는 니시마에 다쿠(52)는 최근 영어로 ‘나는 겐지다’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페이스북에는 26일 오후 기준 1만여명이 ‘좋아요’를 표시했다.

IS 내부에서도 인질 처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IS 소속이라 밝힌 한 인물은 페이스북을 통해 도쿄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IS가 시리아 정부군에 폭격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시리아 북부 알레포를 취재한 고토의 이력을 아는 조직원들이 그의 처형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인질 협박 동영상에 이어 이번에 공개된 인질 살해 영상에 대해서도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호사카 슈지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중동연구센터 부소장은 영상에 첨부된 음성이 고토의 것인지, 사진 속 시신이 유카와가 맞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산케이신문에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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