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장 청소약, 오렌지주스와 마시면 거부감 덜해

대장내시경 검사 전 날 복용하는 장 청소용 약을 오렌지주스와 같이 섭취하면 불편감이 한결 덜하고, 검사결과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국대병원은 소화기내과 심찬섭 교수팀이 하루 전 날 밤 2ℓ 단위 장 청소용 약(PEG-Asc용액)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렌지 주스와 함께 복용할 경우 문제가 없는지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대장내시경검사는 대장암의 조기 진단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또한 대장용종의 진단과 제거를 통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 전체의 점막을 정확하게 검사하기 위해서는 검사 전에 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장 청소가 적절하지 않을 경우 내시경 시야가 깨끗하지 못해 용종을 놓칠 수 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위해서는 최적의 장 청소가 필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 청소 약의 맛이 불쾌하고 양도 많아 마시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약 50% 내외의 환자들이 장 청소용 약(PEG-Asc용액)을 마시면서 구역질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교수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사람들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오렌지주스를 곁들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실제 검사 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여부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 실험은 2013년 6~11월까지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은 성인남녀 1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약 절반인 53명에겐 오렌지 주스와 2ℓ짜리 장 청소 약을 같이 먹도록 했고, 나머지 54명은 기존의 방법대로 물만을 이용해 장 청소 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물 사용 집단은 2명이 약을 모두 복용하지 못하는 등 용액 복용 방식에 대한 평균 선호도 점수가 오렌지 주스 사용 집단에서 더 높았다(2.36점대 1.78점). 동일한 방법을 다시 사용할 의향 역시 오렌지 주스 사용 집단에서 더 높았다(90.4%대 66.7%).

장 청소 약의 복용량은 두 집단 사이엔 큰 차이가 없었으며 장 청소가 얼마나 잘되었는지를 평가한 점수 역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장내시경검사에서 확인된 용종의 수에도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반면 검사 부작용은 오렌지 주스를 함께 마신 집단이 1.9%로 물 사용 집단의 14.8%보다 훨씬 더 낮았다. 장 청소 약 복용 중 메스꺼움을 느낀 비율 역시 오렌지 주스를 함께 사용한 집단이 26.4%로 물 사용 집단(59.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제품은 100% 오렌지 주스였고, 비타민C 60㎎, 탄수화물 20g, 포도당 20g, 단백질 20g을 함유하고 있었다. 제품의 산도는 pH3~5 수준이었다. 두 집단 모두 2ℓ의 장 청소 약을 마신 후 물 1ℓ를 더 마시도록 했다.

심 교수는 “오렌지 주스를 추가할 경우 장 청소 약의 불쾌한 맛을 중화시켜 마시기가 한결 편하다. 실험결과 메스꺼움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오렌지 주스의 신맛 때문에 위의 공복 상태가 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됐다. 이로 인해 관련 약물의 흡수가 감소되는 등의 이유로 장의 운동성을 증가시켜 장 청소 소요시간도 단축된다.

연구결과는 대장항문 분야 국제 학술지 디지즈 오브 더 콜론 앤드 렉텀(Diseases of the Colon & Rectum)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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