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20% 희귀암 아부다비 소녀, 서울대병원서 새 생명 얻었다

치료 후 생존 가능성 20~30%의 희귀 암을 앓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어린 소녀가 한국 의료진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새 생명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알자데 압둘라(6) 양. 2013년 1월, 다리가 아파 동네 병원을 찾은 압둘라는 MRI 검사 결과, 오른쪽 엉덩이에서 가로 6㎝, 세로 5㎝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다급해진 부모는 빨리 치료받고 싶었지만, 아부다비 의료진들은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조차 판정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결국 아부다비 보건청은 서울대병원에 그녀의 검사결과 판독을 의뢰했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한국 정부와 맺은 협약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자국에서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서울대병원에 맡겨오고 있다.

압둘라는 지난해 2월7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악성횡문근양종양(malignant rhabdoid tumor)’이란 진단을 받았다. 인체 근육 중 가로무늬 근육을 횡문근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엉덩이 횡문근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악성횡분근양종양은 인구 100만 명당 0.6명꼴로 생기는 희귀병으로 치사율이 70~80%에 이르는, 말 그대로 ‘고약한 암’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곧바로 소아청소년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재활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으로 압둘라 협진팀을 구성하고 암 세포의 크기부터 줄이는 치료에 들어갔다.

압둘라 양의 암세포는 엉덩이의 신경과 혈관까지 파고들어, 암 세포를 모두 절제하면 못 걷게 된다. 이어 강형진 교수(소아청소년과)가 지난해 3월 15일부터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했다.

그동안 고비도 많았다. 항암치료 중인 암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각종 합병증에 노출되기 쉽다. 압둘라 양도 항암화학요법을 마칠 무렵 급성 폐렴으로 위독했으나, 소아중환자실에서 2개월간 박준동 교수(소아청소년과)의 집중 치료를 받고 살아나는 고비를 넘겼다.

7월에도 면역력 저하로 인해 심장 판막이 세균감염에 의한 손상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 때는 김웅한 교수(흉부외과)의 도움으로 손상된 심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고 고비를 넘겼다.

항암화학요법 치료로 암 크기가 많이 줄어든 7월 18일에는 김한수 교수(정형외과)가 압둘라 양의 좌골신경에 붙어있던 횡문근의 암세포 조직을 정교하게 잘라냈다. 다리 신경 부위에 남은 일부 종양은 방사선으로 죽였다.

압둘라 양은 강형진 교수(소아청소년과)에게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술 시술도 받았다. 이것은 완치를 위한 최종 관문으로, 강력한 항암치료로 남은 암 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등 혈액의 기원이 되는 세포다.

이식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식 수술 후 1년이 지난 지난해 10월까지 추적 관찰기간 중 압둘라 양은 암이 재발되지 않았다. 완치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의학적으로 조혈모세포이식수술 후 1년 동안 암이 재발되지 않으면, 완치가 된 것으로 인정된다.

2남 2녀 중 셋째인 압둘라 양이 최근 2년간 서울대병원에 16번이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암과 사투를 벌인 결과다.

압둘라 양의 어머니 와이드 압둘라(35) 씨와 아버지 압둘라 살렘(34) 씨는 “의료진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냈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병원에서 제공하는 통역 서비스를 통해 바로 묻고요. 아부다비에 돌아가면 다른 난치병 환자들에게 꼭 한국병원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양은 이제 3개월에 한 번씩 CT, MRI 검사만 하면 된다. 이들 부부는 아부다비에서 검사해도 되지만, 한사코 한국에서 추가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초 아부다비로 돌아간 압둘랴 양 가족은 다음 달 초 치료결과 확인 및 추적 검사를 받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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