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호암동 일대서 철기시대 무덤·국보급 청동유물 발굴

충북 충주시 호암동에서 기원전 2∼1세기 조성된 초기 철기시대 무덤들이 발견되고, 국보급 청동유물이 다수 수습됐다.

세형동검, 잔줄무늬거울 등 7종 19점에 달하는 청동유물들은 수량과 종류 면에서 단일 무덤 출토품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또 지하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관을 놓은 후 그 위를 돌로 채운 돌무지나무널무덤(積石木棺墓)이 온전한 형태로 발굴돼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원은 19일 충주시 종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 부지 내 발굴현장에서 언론 설명회를 갖고 “충주시가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종합스포츠타운 건설을 추진 중인 호암동 일원에서 지난해 8월부터 발굴조사를 해온 결과, 초기 철기시대의 무덤들과 통일신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무덤들, 숯가마 등이 조사됐고 그중 초기 철기시대 무덤에서 다량의 청동유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초기 철기시대 무덤은 돌무지나무널무덤 1기와 나무널무덤(木棺墓) 2기로, 청동유물이 쏟아져 나온 곳은 돌무지나무널무덤이다. 한반도 초기 철기시대를 대표하는 청동기 중 하나인 세형동검(길이 23∼30㎝)만 7점이 출토됐다. 가는줄무늬를 거미줄처럼 촘촘히 뒷면에 넣은 잔줄무늬청동거울(1점)과 나무 자루를 끼우는 창인 청동투겁창(3점), 나무 자루를 묶어서 연결하는 창인 청동꺾창(1점), 청동도끼(1점), 청동끌(2점), 끌의 일종인 청동새기개(4점) 등도 나왔다. 청동거울은 무덤에 넣을 때 흔히 그런 것처럼 일부러 깨뜨린 파경(破鏡)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은 이 무덤을 만든 시기를 기원전 2∼1세기경으로 추정했다. 한반도에 신라, 백제, 가야가 등장하기 직전이다. 설명회에 동행한 한국청동기 연구의 권위자 이청규 교수(영남대 문화인류학과)는 “당시로서는 최고급 신소재 물품에다가 무기류가 대부분인 이런 유물을 다량으로 무덤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시 이 지역의 수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많은 청동유물을 부장한 무덤은 사례가 극히 드물 뿐만 아니라 유적 상태가 매우 양호해 무덤 축조방식과 유물 부장 방식을 명확히 알려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발굴된 청동유물들이 국보급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1971년 전남 화순군 대곡리에서 이번에 출토된 것과 같은 세형동검, 잔줄무늬거울, 청동새기개와 더불어 청동 방울 등이 함께 발견돼 1972년 국보 제143호로 일괄 지정된 바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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