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서 실종 10대 한국인] 유명관광지 아닌 킬리스행… 실종 당일 동생과 10차례 통화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모(18)군의 행적은 온통 의혹투성이다. 첫 해외여행으로 “터키에 가고 싶다”고 했다던 그는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이스탄불 등 유명 관광지를 뒤로 하고 킬리스란 낯선 도시로 갔다. 애초부터 킬리스로 연결되는 항공편을 끊었다고 한다.

김군이 킬리스에서 만나려 했다고 알려진 ‘하산’이란 친구는 누구인지, 왜 부모가 붙여준 동행자 홍모(45)씨 몰래 말없이 호텔을 나섰는지, 실종 당일 국내에 있던 남동생과 10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설명되는 부분이 없다.

김군이 실종된 지 일주일 넘도록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자 시리아로 밀입국했을 가능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려 했을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

◇감쪽 같이 사라지다=김군은 최근 부모에게 “터키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돼야 할 나이지만 중학교 때 자퇴하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김군의 부모는 아직 미성년자인 아들을 혼자 터키에 보내는 게 불안해 지인이 소개해준 홍모(45)씨에게 동행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홍씨와 함께 터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천-이스탄불, 이스탄불-가지안테프 왕복 항공편을 끊었다. 가지안테프는 시리아 접경지인 킬리스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이다. 처음부터 목적지가 킬리스로 정해져 있었다. 킬리스와 접경한 시리아 북부 지역은 IS가 장악한 곳으로 외국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몰래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하는 경로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오후 1시 인천공항을 출발한 이들은 9일 오전 9시(현지시간) 킬리스의 메르투르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러나 김 군은 이튿날 오전 8시 홍씨를 남겨두고 가방을 챙겨 감쪽같이 사라졌다. 홍씨와 한국 대사관의 연락을 받은 김군의 어머니는 15일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아버지는 같은 날 터키로 아들을 찾으러 떠났다. 홍씨는 17일 오후 귀국했고, 아버지도 현지 경찰에 실종 신고와 관련해 진술한 뒤 끝내 아들을 찾지 못하고 18일 귀국했다.

김군은 실종 당시 국내에 있는 동생과 10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했다. 당시 동생과 ‘여기 날씨가 좋다’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 내역에서 IS로 의심될 만한 이와 연락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군이 해외에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산은 누구인가=김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아들에게 터키인으로 추정되는 하산이란 펜팔 친구가 있다.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김군이 하산을 만나기 위해 터키에 가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하산이란 이름은 우리나라 ‘철수’처럼 너무 흔한 이름이어서 당사자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군은 킬리스에서 하산을 만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동행했던 홍씨가 체크인했던 호텔에서 하산의 존재를 물어본 점 등에 비춰 미리 약속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터키 당국은 킬리스의 왼쥬프나르 국경검문소에는 김군이 출국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터키에 머물고 있거나 불법적 방법으로 출국을 시도했을 가능성 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다.

경찰은 김군이 사회정보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슬람정부(IS)와 접촉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최근 IS는 SNS를 이용해 선진국 젊은 층을 포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군은 외국계 SNS에 계정을 만들어 영문 알파벳을 나열한 아이디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김군이 이 계정을 통해 IS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임의 제출 받은 김군 컴퓨터의 복원 작업이 끝나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S 가담? 단순 실종? 김군은 어디로=외교 당국과 경찰은 현재 김군을 안전하게 귀국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김군이 실제 하산이란 인물을 만났을 가능성이 큰 만큼 그 신원을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김군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불법 입국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메르투르 호텔의 한 직원은 “홍씨에게 들은 바로는 김군이 사라지게 전에 70리라(약 3만3000원)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1주일이 지나도록 찾지 못했다면 시리아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김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IS 합류 가능성을 제기한 터키 언론 보도에 대해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말이 안 되는 오보”라고 진술했다.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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