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이승만 목사님, 사랑합니다.

이승만 목사님께서 2015년 1월 14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항상 환한 미소로 누구든 환대해 주시며, 미국장로교회(PCUSA) 총회장과 미국교회협의회(NCC) 회장을 역임하셨으면서도 그렇게 겸손하게 섬겨주셨던 목사님의 모습을 이 땅에서 더 이상 뵈올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더 살아계셔서 그토록 소망하셨던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이승만 목사님께서 1950년 이북에서 남한으로 피난 올 때 어머님이 목사님께 마지막으로 남기신, “기도 속에서 만나자”는 말씀처럼 목사님을 기도 속에서 만날 것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제 삶의 여정에서 이승만 목사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입니다. 저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유니온신학교에서 유학하던 중에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당시 저는 기독교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하면서 한인 학생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었습니다.

이승만 목사님은 유니온신학교의 선교학 교수 겸 아시아선교센터 소장으로 부임하셨고, 그때부터 한인 학생들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담당해 주셨습니다. 이승만 목사님께서 유니온신학교에 부임하시면서 한인학생 공동체는 물론 학교 전체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이 목사님은 한인 학생들과 함께 유니온신학교 최초로 고난주간 새벽예배를 개최하여 예배를 드림으로써 미국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한국 새벽기도의 영성을 알려주었습니다. 항상 우리 한국 학생들을 댁으로 초대해 주셔서 사모님이 요리하신 맛있는 한식으로 먹여주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한인 학생들의 가정을 늘 돌보아주셨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연결시켜 주셨고, 고민이 있는 학생들은 직접 상담해 주시며 한인 공동체의 목회자로서 목양의 사명을 감당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시며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가족임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특히 이승만 목사님께서 유니온신학교에 계시면서 미국장로교회 총회장이 되신 것은 우리 모두의 큰 기쁨이었습니다. 총회장으로서 그 바쁜 일정을 소화하시면서도 우리들을 보살펴 주시고 함께 탁구도 치시며 깊은 교제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이승만 목사님의 삶은 다섯 마디의 단어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겸손입니다. 목사님의 삶은 겸손으로 시작해서 겸손으로 끝납니다. 정말 어른이신데 늘 우리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주셨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둘째는 열정입니다. 목사님의 마음은 늘 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목사님은 항상 청년이십니다.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솟구쳐 나오는지 늘 신기할 정도로 열정으로 넘치셨습니다.

셋째는 사랑입니다. 목사님은 소외되고 약한 자를 그냥 스쳐지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항상 긍휼과 자비로 살펴 주셨습니다.

넷째는 비전입니다. 목사님은 늘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저 멀리 바라보십니다.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실현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품고, 그 비전으로 우리들을 초대해 주셨습니다.

다섯째는 화해입니다. 목사님의 삶은 막힌 담을 허시는 삶이었습니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님을 도와서 흑백 인종 간의 화해를 위해 헌신하셨고, 남과 북의 화해를 위해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이승만 목사님은 영원한 나라로 가셔서 이 땅에서 직접 만날 수 없지만 그 분의 겸손, 열정, 사랑, 비전, 화해의 모습은 제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하나의 이미지로 가슴에 각인돼 ‘나도 저렇게 살아야 될 텐데’하는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목사님, 이제 안식하소서. 달려갈 길을 진정 다 마치셨기에 참된 쉼을 누리소서. 저희들도 그 길을 가겠습니다. 이승만 목사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상진 교수(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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