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범, 이미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경찰과 대치

5시간여 동안 공포의 인질극을 벌였던 인질범은 인질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에 경찰과 대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무엇보다 동생의 주검을 눈으로 보며, 인질범의 흉기에 목숨을 맡기고 있어야 했던 큰딸 박모(18)양은 충격이 너무 커 아직도 패닉 상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인질살해 피의자 김모(47)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작은딸(17)을 살해한 뒤 5시간여 동안 시신을 옆에 둔 채 경찰과 대치했다고 14일 밝혔다.

통화 내역 분석과 피의자 김씨, 큰딸 등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12일 오후 3시쯤 별거 중인 부인 A(44)씨의 전남편 B(49)씨 집에 들어갔다. 오후 9시쯤 B(49)씨가 귀가하자 흉기로 목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후 작은딸과 큰딸이 오후 11시까지 귀가하자 넥타이와 신발끈 등으로 묶어 작은방에 가뒀다.

김씨는 밤사이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A씨가 김씨 전화번호를 ‘수신거부’로 해놓는 바람에 연결이 되지 않았다.

B씨 집에서 밤을 꼬박 새운 김씨는 13일 오전 9시 20분쯤 큰딸 휴대전화기를 이용,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또 연결되지 않았다.

약 3분 뒤 A씨가 큰딸에게 전화를 걸어와 통화가 됐으나, 다시 끊겼다. 그러자 김씨는 오전 9시 38분쯤, 작은딸 목 부위를 흉기로 찌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찰은 ‘엄마와 통화가 되지 않자 동생을 흉기로 찔렀다’는 큰딸의 진술과 오전 9시38분쯤부터 52분쯤의 ‘14분’이 김씨와 A씨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장 긴 시간인 점, 김씨 자백 등으로 미뤄, 이 시점에 작은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4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경찰에 통보한 부검결과에도 B씨는 과다출혈, 작은딸은 질식사가 사망의 직접원인이었다.

김씨는 B씨의 시신은 욕실에, 작은딸의 시신은 옆에 방치한 채 큰딸과 B씨 동거녀를 인질로 삼아 5시간여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2시30분쯤 경찰특공대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보호 중인 큰딸은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 탓에 실어증세를 보이는 등 피해자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산시는 14일 인질사건을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을 내놨다. 시는 남은 가족들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장제비·의료비·생계비를 지원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병원비, 입원비, 심리검사치료비가 지원되도록 관계부서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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