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방민호(50)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장편 ‘연인 심청’(다산책방)을 냈다. 단편을 더러 발표했지만 장편소설은 처음이다. 방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을 원하는 바대로 가꾸어가기 위해선 평론가지만 창작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작자 미상의 고전 심청전은 원래 천상의 모티브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19세기를 지나오며 이본(異本) 소설에선 사라진 걸 방 교수는 살렸다. 하늘나라 선녀 유리가 옥황상제만 먹을 수 있는 탕약을 연인 유형에게 먹였고, 욕망을 이기지 못한 벌로써 평생 받아먹거나 먹여줘야 하는 맹인과 그 딸의 인연으로 태어난 것이다. 방 교수는 “우리 고전 중 심청전만이 서양의 기독교적 원죄 사상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소설에서 심 봉사는 욕망의 화신이다. 스무 살에 눈이 먼 후에도 과거 공부에 매달리며 사서삼경을 매일 왼다. 그러면서 주색잡기에 빠져 살고 결국은 눈을 뜨기 위해 딸을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가게 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된다.
고전에서처럼 왕비가 된 심청은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를 초청한다. 감옥에 갇힌 옛 애인과 아버지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택하는 새로운 설정도 있다. 왜 ‘효녀 심청’이 아니라 ‘연인 심청’이었을까. 방 교수는 “심 봉사는 입신출세에 매달리는 현대인의 욕망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며 “인생의 눈을 뜨지 못한 자의 눈을 뜨게 하는 이타적 사랑의 존재이기에 심청은 연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판소리계 소설의 현대화에 노력했던 소설가 채만식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따라서 이 소설은 채만식에 바치는 오마주인 셈이다. 소설 초고를 스마트폰 장문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5개월여에 걸쳐 연재하듯 썼다는 점도 새로운 시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연인 심청’ 낸 방민호 교수 “심청전은 기독교적 원죄 사상의 고전”
Ŭ! ̳?
Ϻ IJ о
õ